코로나 이후 좌석 간 거리 두기 때문에 GV 예매가 녹록치 않다. 그래도 <쁘띠 마망>은 용산에서 동시에 3개 관을 오픈하여 조금 숨통이 틔였다. 가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이니까 어떤 관이 메인인지는 별로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GV였기에 예전에 하던 라이브톡을 현장관이 아닌 중계관에서 보던 느낌이랄까. (고레에다 감독님과 함께한 <어느 가족> 라이브톡과 100회 특집 <노매드랜드> 라이브톡을 중계로 봤던 때가 생각이 난다. 둘 다 강변에서 본 것 같은데.)
사실 항상 GV 후기를 올릴 때 평론가님이 하신 말씀들을 메모하고, 거기서 내가 조금 간추리고 정리해서 티스토리에 올리는 형식으로 글을 써왔는데 이번 프랑스 영화 두 편은 평론가님과 감독님이 인터뷰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기에 대화를 따로 메모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냥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흥미로웠던 지점들에 대해 소소하고도 간단히 기록하고자 한다. (평론가님 의견보다는 필자의 개인적인 감상 위주로.)
먼저, 셀린 시아마 감독님의 <쁘띠 마망>!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개봉했을 때 (아마도 2020년 1월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이 겹쳐서, 감정적으로 온전치 못한 상태였으나 당시 미리 라이브톡 현장관을 예매해둔 것을 취소하기에는 아까워서 일단 가서 영화가 괜찮으면 끝까지 보고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나오자!는 마음으로 퇴근하고 압구정에서 봤던 것 같은데 그때 가지 않았더라면 정말 후회했을 것이다.
그 후로, 영등포에서 했던 <톰보이> 시네마톡, 강화길 작가님과 함께 진행하셨던 <걸후드> 시네마톡 또한 기쁜 마음으로 예매해서 다녀오고 후에 타초상이 재개봉했을 때 CGV에서 이벤트로 뱃지를 주는 행사를 했는데 그때 2차로 감상하고. 감독님의 장편 데뷔작인 <워터 릴리스>는 시리즈온에서 구입하여 봤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 개봉한 감독님의 영화는 모두 나름대로 정성스레 찾아본 편 같은데. 어떤 지점에서 감독님의 영화가 좋았는지는 콕! 집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딘가 끌리는 것이 있으니 항상 찾아서 보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굳이 꼽아보자면, 특유의 '가슴이 웅장해지는 OST' 장면이 특징 아닐까 싶은데. 사실 개인적으로 영화 감상을 꼭 영화관에서 하지 않아도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물론 영화관에서 보면 집중이 더 잘 되는 부분은 있지만,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각자 결정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타초상만큼은 그 엔딩 장면의 탁월함 만큼은 큰 스크린으로 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 가슴이 웅장해지면서 귀가 터질 것 같이 볼륨이 커지면서 그 와중에 심장이 멎을 듯한 벅차오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덧붙이자면, <걸후드>에서 주인공들이 숙소에서 리한나의 다이아몬드를 따라부르는 장면 또한 그랬다. 그들이 '리한나'의 노래를 크게 부르면서 그 순간을 즐기는 것과 노래 가사가 주인공들에게, 그리고 그 장면을 보는 나에게도 위로가 되는 부분이 있어서였다.)
https://tv.naver.com/v/16418160
'걸후드' 무삭제 다이아몬드 뮤직 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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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특징은 <쁘띠 마망>에서도 이어진다. 스포일러이기에 어떤 장면이 그렇다고는 말은 안하겠지만 주인공 소녀 둘이 함께 어딘가를 가는 장면이 가슴 속에 벅차게 남아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도 같은 OST가 흐르는데 검은 화면을 보면서도 그 벅차오름을 느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 마지막까지 진한 여운을 남기는 느낌.
사실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다면 감독님이 내한하셨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던 게, 평론가님도 언급하셨듯 한국에서 타초상이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객수 15만을 끌어내면서 그 후 감독님의 다른 장편 영화들도 수입되면서 국내에서 셀린 시아마 감독님의 인지도와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직접 만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한편으론 있었지만 온라인으로나마 감독님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좋았다.
감독님과의 인터뷰 중 기억에 남는 몇몇 이야기를 회상하자면, 감독님의 특유의 독특한 캐스팅 방식에 관한 이야기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어떤 식으로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오프닝 장면과 연관지어 이야기한 내용과 영화 속의 색채(옷, 소품, 배경 등)에 관한 이야기 정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이 처음에 극중 딸 역할인 '넬리'와 어린 시절의 엄마인 '마리옹' 역의 두 배우를 캐스팅 했을 때, 영화적 설정 상 어린 내(넬리)가 어린 시절의 엄마(마리옹)을 만나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에 대해 고민하다가, 엄마랑 '친구' 관계 같을까? 아니면 '자매' 같은 느낌일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고, 그러다가 실제로 자매인 두 배우를 캐스팅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까지 미쳤다고 했다. 그런데 이 두 배우는 자매를 넘어 '쌍둥이' 였고, 감독님 입장에서는 이 두 소녀가 영화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해서 무조건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했다. 영화를 보면서도 어린 시절의 엄마(마리옹)과 딸(넬리)가 닮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쌍둥이일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기에 신기하기도 했다. 뭔가 둘이 닮았으면서도 또 어떻게 보면 다른 느낌이라서 신기했던 것 같다.
그리고 평소 시나리오를 집필할 때 오프닝 장면을 굉장히 신경써서 쓰는 편인데, 거기에서 모든 설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셨고 특히 이 영화는 요양원에서 십자말 풀이를 하다가 각 호실에 인사를 하며 요양원을 떠나는 장면이 시작인데, 이 부분을 써두고 한동안은 덮어뒀다가 후에 코로나 상황으로 락다운이 되어 어디로도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뒷 장면을 잇기 시작하셨다고 했다. 아무래도 코로나 상황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이 다시 이 시나리오를 이어가기 위한 하나의 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평소 셀린 시아마 감독님 영화를 자주 봤던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영화 내에서의 의상 등의 색채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는데 본인이 직접 셀렉을 하여 이 캐릭터에 이런 색상과 스타일을 부여하자고 미리 정하고 디테일에 최대한 신경을 썼다고 대답하셨다. 특히, 영화 속에서 시간적 배경이 흐릿하기 때문에 스타일로 어떤 시대를 특정할 수 없는 지속적으로 현재에도 유행을 하는 스타일로 고심하여 어린 시절 엄마(마리옹)의 신발과 옷을 골랐다는 답변이 기억에 남는다. 의상의 스타일과 색채에 아주 섬세히 관여하는 편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짧은 러닝 타임(72분)이지만, 그 안에 따뜻하면서도 동화적인 이야기가 알차게 들어있는 영화였고 뭔가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아주 잘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엔딩에서의 강렬하고도 웅장한 시너지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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