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5개월 간의 다사다난했던 여정이 오늘 마무리 되었다.

 

나의 의사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희망'해서 끝이난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무엇을 해두고 그곳을 나온 사람인지 조차도 잘 모른다.

 

아무런 정리가 되지 않은 채로, 인사도 남기지 못한 채로 모든 것을 남겨두고 몸만 빠져나왔을 뿐이다.

도망치 듯, 쫓겨나 듯, 그렇게 모든 것이 아주 빠른 시간 내에 결정되었다.

내가 원했던 끝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허탈하기만 하다.

 

첫 회사에서도, 두번째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세번째 회사에서도 결국 이렇게 끝이 났다.

자의로 혹은 타의로 견딜 수 없게 되어 도망치는 결말.

 

내일은 누군가의 새 출발을 응원하러 그리고 축하하러 가야 한다.

이런 상태의 내가 축하한다고 한들 그게 진심일지는 나조차도 모른다.

그곳에 가기 전부터 선배에게 미안하다.

 

나는 왜 늘, 나 자신에게도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미안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태어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았을 일들 아닐까. 후회 된다. 모든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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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나름' 치열하게 살던 시절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자주 듣던 시기가 있었다 처음 듣기 시작했을 땐
방송에 나온 책 중에 거의 읽은 책이 없어서 빨책을 먼저 듣고 흥미가 생기면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는 방식으로 읽었었다 그땐 책을 소장한다는 것엔
그닥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읽는 행위'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인생 소설 황정은 작가님의 <백의 그림자>를 만나게 되고
작가님이 출간하신 책을 전부 탐독했다.

그 후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책을 물으면
별 고민도 없이 황정은 작가님의 <백의 그림자>를 외치곤 했다.
(가끔은 양귀자 작가님의 <모순>일 때도 있기는 하다만,)

살면서 단 한번, 내가 이 책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더니
본인도 그 책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가끔 생각이 난다.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

그렇게 한동안 책을 읽다가 삶이 바빠지고 가볍게 읽고 넘길 수 있는 책보다는
공부를 하고 외워야 하는 것들, 자격증을 따내고 합격해야 하는 시험에 집중을 해와서
한동안 독서와는 거리를 두게 되었다가 작년부터 다시 독서를 제대로 하기 시작하곤
책을 한권씩 모으는 재미에 빠졌는데 애석하게도 내 인생 책은 이미 절판되어 있었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스치듯이
'좋아할 때 좋아해야 한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봤었는데
그 대상이 무엇이든 나를 마냥 기다려주지는 않는다는 걸 이럴때도 깨닫는다.

그게 너무 아쉬워서 가끔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습관적으로 '황정은', '백의 그림자'를
검색해보고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매장에 재고가 있고 상태가 괜찮으면 꼭 사게 된다.

운좋게 한권을 구하고

반복해서 읽다가
필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장편은 필사하기가 어려운 게

어디서 끊어야 할지 모르겠다.

하다보면 손목이 마냥 너덜너덜


개정판이 나온다면 새 책을 사보고도 싶은데 기약이 없다.

출간된지 1년도 안된 책도 리커버판이 우후죽순 나오는데

<백의 그림자>는 왜.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마음에 안정이 필요할 때
'갈비탕과 냉면 그리고 쇄골' 이야기를 떠올린다.


가끔은 '가마'를 떠올릴 때도 있다.
내 인생에서 아마도 처음으로

'가마의 처지'를 고려해보게 된 계기였던.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누군가의 별 의미 없이 던진 시선과 말에
나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걸.

Posted by 디디_d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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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나 자신을 깨고 나오지 않으면
어디에도 어느 곳에서도
나 자신으로 온전히 서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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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정확히는 소설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귀로 들으면 아무 말도 아닐 문장이
눈으로는 선명해서 가슴에 새겨지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저절로 흘렀던 게
여러 날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최은영 작가님의 <밝은 밤>은 여태
읽었던 어느 소설보다 더 위로가 되어서 슬펐다.

일부러 누군가를 울리려고 쓴 글이라고
그렇게 의도된 게 아님에도 계속 마음이 아팠다.

'밝다'와 '밤'이 공존한다는 것이
어떤 책을 읽으며 이렇게나 많이 울 수 있었다는 것이
여러모로 놀라운 소설이었다.

자격증 준비를 시작한 뒤로 티스토리에 소홀했는데
(거의 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는)
<밝은 밤>이라는 책을 계기로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애플> 시네마톡 후기를 적었다가 비공개 처리 했는데
그게 6월 16일의 일이니 거의 3개월 만의 글이다.
여러모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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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아주 아주 우연한 계기로
어떤 미국 드라마 시리즈에 꽂혀서
무려 시즌 11까지 쉬지않고 정주행을 했고
그대로 종영인 것이 아쉬워 후기글을 찾아보다가
'어떤' 글을 발견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글 말고 다른 글들을 읽어보고 싶었고
새벽이어서 그랬는지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난건지
눈물이 나서 마음이 아픈건지

그것의 인과관계가 어찌 되었건 나에겐 너무 슬픈 글들이었다.
그 곳의 모든 글이 진심이어서 슬펐다.

가끔씩 찾아가서
그 분의 안부를 찾아볼 것이다.
잘 있는지 잘 극복하고 있는지
더이상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아주 슬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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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찾아보다가
버려뒀던 내 블로그에 오랜만에 접속했는데
안부글에 오래전 친했던 지인이 남겨둔
메시지와 휴대폰 번호가 있었다.

'외로울 때 연락해.
010-XXXX-XXXX.'
2008년 11월

2008년이면 아직 학생일 때
어떤 스포츠팀을 같이 응원하던 언니였는데
2011년인가 서울에서 만나서
함께 홍대 민들레영토에 갔던 생각이 난다.

그때 언니가 했던 얘기 중에 아직도
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 말이 있는데
'색'에 관한 말이었다.

본인은 어떤 색을 떠올릴 때
너무 이미지가 극명한 것은 싫어서
애매한 분홍색이 좋다고 했다.

파란색이 어때서
초록색은 이래서
노란색은 그래서
.
.
.

이런 식으로 색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게
아직 선명한데 이것도 아주 오래 전 이야기라서
아주 분명하진 않지만 그 말이 와닿았는지
오래 내 기억에 남아있다.

요즘 아주 오래 전에 알았던 지인, 친구들이
그립다.

나 자신을 향한
자기 혐오를 타인에게 뒤집어 씌우는 건 아니었는데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이 많은데
그 중 가장 후회되는 건
잃어버린 나의 친구들이다.

그들이 나를 그리워 할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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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 모르겠다.
'죽고싶다'는 말은 '행복하게 살고싶다'는 말이라는데
그럼 과연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야 할지 너무 막연하다.

사람은 왜 일을 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까?
죽을 죄를 지은 죄인도 아닌데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밖을 나가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두려울 때가 있다.

모든 걸 내일, 다음, 나중으로 미루게 된다.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병원에 가길 미룬다.
내겐 너무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어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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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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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디디_dd :



삶이란 그토록 강대합니다.
삶은 항상
슬픔 가운데
기쁨을 편집해 넣지요.



목요일에 슬픈 소식을 듣고
금요일에 태어나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위로가 되지 않을 위로를 하러 다녀왔다

세상엔 어찌하면 좋을지 모를 일들이 너무 많아서
그때마다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정말 모르겠다

삶과 죽음이 덧 없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당장은 삶이 더 덧 없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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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구인 광고 페이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는 늘 일종의 마비 같은 것을 느꼈다.
자신이 지금 대체 뭘 원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디에 가려고 하는지,
또는 어디로는 가지 않으려 하는지,
그런 것들을 점점 알 수 없어졌다.

- 무라카미 하루키, 태엽 감는 새 연대기 1 中

 

-

 



토요일에 오래 기다리던 사람을 보러 가는 길에
뜻밖의 이야기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도통 참을 수가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그건 나 자신을 향해 있는 생각들이
방향을 상실해 남에게 표출되었을 뿐이다

내가 한심해서 남에게 한심하다고 말했고
내가 견딜 수 없어서 남을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길을 찾고 싶어서 남에게 길을 찾으라고 말했다

듣기 싫은 말들도 어느정돈 수용해야 하는데
요샌 자꾸 나 자신이 작아져서 그런 말들을
견디기가 힘들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듣지 않을 수 있다면 듣지 않고 싶은 말들이
살면 살수록 너무 많아진다

불안해서 화가 나고
불안해서 남을 탓하게 된다

그 대상이 내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매번 간과한다
인간은 왜 실수를 반복할까
도무지 모르겠다

즐거운 날일 수 있었는데
스스로 망쳐버린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든다

나 자신을 도무지 견딜 수가 없다

 

 


 

Posted by 디디_dd :

 


오랜만에 오랜 친구를 만나러 (오랜... 오랜..)
휴일을 맞아 고향으로 간 날이라 일기를 써본다.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하고
오랜 시간 같이 있어도
전에 했던 이야기를 반복해도
질리지 않고 같은 농담에도
똑같이 또 웃게 되는 건 왜인지

전날 본 <쿠오바디스, 아이다>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다
그 외에도 할말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대신 <달까지 가자>라는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회사와 개인 그리고 돈의 상관관계
이런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내가 만약 <달까지 가자>의 주인공이라면
이더리움으로 N억 정도를 번 상황이라면
노비가 되어도 웃고 넘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다니며 언제 관둬도
큰 영향이 없기에 행복할 것 같았다

물론 꼭 통장에 돈이 두둑히 있다고 해서
무조건 회사를 즐겁게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닐 것
어떻게 하면 즐겁게 다닐 수 있을까 정말 모르겠다

내가 선택한 일이기에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하는데
책임을 자꾸 회피하고 싶다

미뤄왔던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그렇다고 이직을 미루기에는
어린 나이가 아니라서 고민이 된다

그래도 실행해야지
공부할 땐 공부만 하고 싶은데
그 외에도 하고싶은 일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포기하기가 망설여진다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는 인생임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슬프다

요즘 양귀자 작가님의 <슬픔도 힘이 된다>
라는 소설집을 읽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든다

슬픔이 어떻게 힘이 될까?

슬픔과 힘 사이 간극이
아직은 너무나 극명한데
끝까지 읽으면 알게될까

아직 <기회주의자>까지만 읽고
<슬픔도 힘이 된다>를 안읽어서 그런걸까

내일부턴 갓생을 살려고 다짐해본다
하루 계획표도 시간별로 간추려 쓰고
꺼놨던 알람도 다시 설정했는데
지킬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힘을 내봐야지
슬프지만 그래봐야지


 

Posted by 디디_d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