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록/감상]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AND THEN WE DANCED 시네마톡 후기 (이동진 평론가, 허은실 시인)
2020. 11. 30. 18:18 from 영화기록/GV
11월 30일인 오늘 돌이켜보니 11월에는 다른 달보다 유난히 영화를 많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3번의 GV와 2번의 자발적 영화관 나들이. 11월은 말할 것도 없고,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인상 깊고 마음을 알싸히 울렸던 영화를 하나 꼽자면 바로 이 영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 이런 비슷한 느낌을 한국 영화 중에선 <남매의 여름밤>을 통해 느꼈는데, 외국 영화 중 꼽자면 이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2020년이 다 지나가진 않았지만 감히 꼽자면 바로 이 두 편의 영화가 나에겐 올해의 BEST OF BEST 였다.
영화에 대한 기본 정보도 없이 사실 끌리는대로 시네마톡을 예매하고, 일요일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극장에 방문했는데 아무런 정보 없이 보아도 좋지만, 어느 정도는 '조지아'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시네마톡으로 예매했기에 해설을 들으며 이해를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GV가 아닌 영화만을 감상하는 입장이라면 이 정도는 알아두면 좋을 것을 정리해보았다.
-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는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 조지아는 과거에 그루지아라고 불렸다.
- 흑해 연안 국가로 굉장히 복잡한 역사를 지닌 국가이다.
- 이슬람과 동방정교의 접경 지역에 위치한다. (기독교 80% 이상, 이슬람교 대략 10%)
- 아르메니아와 접경하며, 두 나라의 종교는 동방정교로 같다.
- 구 소련 연방 국가이며, 대표적으로 '스탈린'이 조지아 출신 인물이다.
- 독립하는 과정에서 소련 연방 중 '반 러시아'의 노선을 택하게 된다.
- 그와 반대로 아르메니아는 '친 러시아' 노선을 택하게 된다.
GV에서 언급된 조지아라는 국가의 역사적 사실은 이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이 영화는 조지아 최초의 LGBTQ 영화로, 이 영화를 검색하면 '프랑스, 스웨덴' 영화라고 나오는데 그 이유는 영화의 촬영은 조지아에서 진행했고 감독도 조지아 출신 스웨덴인이나, 투자 자본의 출처로 국적 분류를 하게 되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동진 평론가는 작년에 개봉한 <경계선>이라는 영화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국적 분류가 된 영화라고 하셨다.)
영화 속 등장하는 댄스 코치의 대사들은 대부분 '조지아 전통춤은 이래야 한다(동작이 못처럼 꼿꼿해야 한다, 처녀의 순수함을 강조해서 춰라)'라는 민족 정체성을 유난히 강조하며, 남성-여성의 역할 또한 정형화 시키는데, 주인공 메라비는 이와 정확히 반대로 느껴지는 남성성을 과하게 표현하기 보단 그와 반대로, 그리고 국가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정형화된 춤이라기 보다 영화의 엔딩으로 갈수록 그와 반대인 사적인(개인적인) 춤으로 표현하기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는 볼수록 <브로크백 마운틴>의 조지아판처럼 느껴진다고 하면서 몇가지 예시를 드셨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옷'이라는 모티브가 일단 떠오른다.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의 옷이 엔딩 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또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땐 사회적인 맥락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보수적이고도 폐쇄적인 맥락 안에서의 사랑을 다루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느끼기에 영화 전반적인 분위기나 색감 그리고 배우의 느낌(?) 등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떠오르기도 하나, 그 영화는 이러한 사회적인 맥락과는 별개로 그들 간의 사랑이 강조된다면 이 영화는 전통/역사/보수/폐쇄 등의 억압으로 사회 안에서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금단(?)의 사랑을 떠오르기 하기에 나는 <브로크백 마운틴>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떠올려보자면, 첫번째로는 왠지 모르게 형인 데이빗과 이라클리의 관계가 마음에 걸린다는 것이다. 둘이 대화하는 장면조차 한 장면도 없지만, 메라비와 이라클리가 사랑을 속삭일 땐 형인 데이빗과 한 방에 있을 때라는 것과 메라비가 처음으로 이라클리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계기인 연습실에 함께 가게되는 것 등의 맥락에서도 형과 이라클리가 전날 술을 마시고 난 후 같이 집으로 왔기 때문이라는 것. 형의 서사는 추후에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이라클리와 형인 데이빗도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든다. (GV에서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걸 듣고 너무나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에 이라클리는 형인 데이빗에게도 끌리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메라비는 이라클리와 달리 자신의 성지향성을 모르고 있던 채로 이라클리를 만나지만, 이라클리는 자세한 서사가 등장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본인의 성지향성을 잘 아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형에게 끌렸다가 점점 메라비에게 끌린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 두번째론 메라비와 메리의 서사에서의 왜인지 모를 감동 포인트가 여럿 있었던 것. 메리는 어렸을 때부터 메라비와 파트너를 이루며 춤을 춰왔던 소꿉친구이자 여자친구인데, 둘의 관계가 사랑과 우정 그 사이 어딘가를 지나올 때 변화를 겪는 메라비를 지켜보며 곁에 있는 메리의 행동들이 유난히 가슴에 남았다. 처음엔 본 무용단의 '자자'가 동성애를 들키곤 무용단에서 쫓겨나게 되어 결국 수도원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탈출해 몸을 팔게 되는 사연을 알곤 메라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러면 안된다고 화를 내기에 이르지만 결국 데이빗의 결혼식에서 먼저 뛰쳐나온 메라비를 붙잡곤 이해하지 못했음을 사과하고 엔딩 씬 (오디션 씬)에서 메라비의 춤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 까지의 둘의 서사가 클리셰라고 생각되지만, 결국 클리셰여서 감동적이었기 때문에 가슴에 오래 남을 듯 하다. 결국 이 영화는 메라비의 성장 영화이기도 하지만, 메리 또한 성장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허은실 시인님께서 마지막 5분 간의 엔딩씬. 이라고 언급하실 때, 그게 5분이었다고? 5분보다 정녕 짧게 느껴졌을 정도로 몰입감이 MAX였던 마지막 엔딩씬. 발목을 다쳐 불편한 상태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이라클리의 옷을 입고 오디션에 참여해 이라클리와 함께 2인무를 추는 듯 혼자서 본인만의 세계에 빠져 춤을 추는 메라비를 진심으로 잊지 못할 것 같다. 댄스 코치에게 이라클리가 오디션에 참여 하냐는 질문을 하고,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아뇨. 참여할 거 에요. 하던 메라비의 눈빛. 단호함. 그리고 수선이 필요해보이는 오래된 옷을 입고 등장해 전통춤을 본인만의 해석을 가미해 멋지게 추는 메라비. 아주 아주 오랜만에 여러 번 영화관에서 N차 관람하고픈 영화를 만나서 기쁜 마음으로 글을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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