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인디스페이스에서 지난 1월 30일에 열렸던 <요요현상> GV 후기를 뒤늦게나마 써보려한다. 너무 늦어버렸지만, 왠지 모르게 꼭 후기를 남기고 싶은 영화라서, 라는 사족을 덧붙이며. 이날 GV는 뭔가 GV라기 보다는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이라고 해야하나, 편안한 분위기에서 농담 같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다보니 끝나있었던 GV였다.
처음에 평론가님이 요요현상 멤버들을 보며 왠지 모르게 '동방신기를 다시 보는 것 같다', 는 식의 농담 반 진담 반(?) 느낌의 이야기를 하셨을 때 듣자마자 너무 웃기고... 동방신기를 너무 좋아해서 초중고교 시절 공개 방송, 콘서트 등등을 따라다니던 나의 열성적이었던 어린 시절을 곧바로 회상하게 되면서 또 이런 부분이 이 영화와도 맥이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그 날의 멘트였다. 영화는 마치 동방신기처럼, 맨 처음에 다섯명, 그리고 세명과 두명, 마지막으론 솔로 활동까지 떠올리게 된다던 평론가님 말씀이 인상 깊고, 공감되고,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어볼 수도 있어서 참 좋았다.
이 영화 자체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주인공 다섯 사람의 20여년의 세월이 투박한 화면 속에 켜켜이 담겨있다. 촬영의 시작은 네덜란드에서 마침 유학 중이던 감독님의 대학 동기인 주인공 '곽동건'님이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프린지 페스티벌에 요요현상 멤버들과 함께 요요공연으로 참가하는 영상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날 나왔던 질문 중에 기억에 남는 것만 몇 개 복기해보자면, 영화에서 요요가 그렇듯이 감독님에게도 다큐멘터리 영화가 영화에서의 요요같은 존재로 생각되시진 않는지. 라는 질문도 기억에 남고, 이 영화 안에 들어간 내용과 들어갈 법도 하지만 나오지 않은 내용들, 이를테면 주인공의 가족, 친구, 연인 등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고 오로지 주인공들의 삶과 요요와의 연관성에만 집중을 하는데, 이런 것들에 대한 원칙이 있는지? 라는 질문도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은 여기에 "모든 삶을 카메라에 담을 권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이 영화를 촬영할 당시에 촬영 자체가 계속 동의와 설득의 과정이었기 때문에 본인들 외의 인물들을 섭외하는데에 어려움도 있었고 여러가지 이유에 의해 이 주인공들 외의 다른 인물을 촬영하진 않았다"고 설명하셨다. 덧붙여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요요에 대한 의미에 집중했고, 서로가 가진 요요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성인이 되고 커갈수록 각자만의 생각의 차이가 뚜렷했기에 이런 내용들을 영화에 담고자 했다"고 하셨다.
개인적으로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공감이 됐던 게 영화엔 오로지 각자가 이야기 하는 각자만의 요요를 보여주기 때문에 (고깃집에서의 술자리를 제외하곤 이 멤버들이 모두 함께 모여있는 모습은 영화 안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 팀이 다같이 지금 되돌아 봤을 때 그 시절이 어땠는지 등의 모여서 하는 이야기랄지, 요요 외적인 이야기 혹은 주인공 가족들의 인터뷰 등이 개인적으로도 궁금하기는 했으나 뭔가 그런 내용은 이 영화의 에필로그랄지, 후일담의 형식을 빌려 다르게 또 촬영되어 선보여졌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드라마라면 시즌2를 기다리는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쭉 뭔가 한가지를 '열심히' 좋아했고, 중간 중간 관심사가 조금씩 달라질 때도 있었지만 '꾸준히' 뭔가를 좋아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 영화가 나에게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가슴 깊이 와닿았던 것 같다. 뭔가를 '찐하게' 좋아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데 그것이 '직업'이나 '돈'이 되기에는 조금은 부족한 것들이 그 대상인 사람이라면, 분명 공감하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근래들어 본 수많은 영화들 중 가장 내 머릿 속에 오랜 기간 남았던 영화여서, 또 두고두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여서 다운로드 사이트에 올라오자마자 구입(내 돈 내 산)도 완료했다! 생각이 날 때마다 집에서 노트북으로 틀어두는 중인데 몇몇 대사들이 귀에 와 박힌다. 진지하게 본인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좋아하는 것과 본인의 삶을 분리하려는 사람. 좋아하는 일을 본인의 생업과 연결 지어 살아가는 사람. 생업과 연결했다가 그것을 다시 승화하여 다른 진로를 찾은 사람 등등 좋아하는 것이 꿈으로 향하는 혹은 향하지 않는 여러 갈래의 길을 본 것 같아 좋았고 굉장히 흥미로웠다. 왠지 모르게 그들의 삶을 응원하며 보게 된달까? 앞으로도 쭉 이어질 그들의 삶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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