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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16 [영화 기록/감상] 반교-디텐션 시네마톡 후기 (이동진 평론가)

 

 

* 영화 내용 스포 주의

* 이 글은 철저히 평소 공포 영화를 즐기지 않는 소위 쫄보에 의해 쓰여짐 주의

* 본 후기 글은 기본적으로 평론가님 말을 인용한 것과 GV에 대한 개인적 소회를 덧붙인 글입니다.

 

 



 <반교-디텐션>이라는 영화 시네마톡이 예정되었을 때, 제일 걱정한 건 잔인한 장면을 거의 보지 못해 스릴러나 공포 장르를 거의 즐기지 않는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영화일까였는데, 그래도 대만의 역사적인 부분이 많이 강조된다고 하여 평소 관심사에 있는 내용에다 대만의 학원물이면서 동시에 공포물인 이 영화가 궁금해져 예매했다. 사실, 평론이 덧붙여지는 시네마톡이 아니었다면 절대 혼자 볼 생각은 하진 못했을 것 같다. 친구들을 설득해 같이 보러가자고 먼저 얘기나 꺼내볼까? 하는 정도에 머물렀을듯.

 

 겜알못이기에 절대 이 영화가 게임 원작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지도 잘 모르고, 영화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대만의 역사에 대해서 나온다는 정도만 알고 보러 간 영화. 과연 배경은 1962년 대만의 격동기, 즉 흔히 '백색 테러'라고도 부르는, 국민당의 계엄령 시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중국어를 전공했지만, 중국 역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는 나. 언어는 이해하지만 그들이 어떤 역사적인 일들을 겪었는지는 막연히 <패왕별희> 같은 영화를 볼 때, 위화의 <인생> 같은 소설을 읽을 때, 혹은 문학 전공 수업에서 루쉰에 대해 배울 때나 조금씩 알던 내용들은 거의 대만 위주가 아닌 중국 입장에서 서술된 역사였기에 내 관점에선 낯설기도 했고, 대만도 우리와 비슷한 역사적, 시대적 배경을 갖는다는 것을 얼핏 알기만 했지 영화에서 적나라하게 보니 사실 감정이 많이 동화되기도 했다. 단순하게 무섭고, 두려운 감정이 드는 공포 영화가 아닌, (간접적) 공감과 감정적 동화가 느껴져서 그런지 몰라도 다른 영화들에 비해 와닿는 부분이 있었던 영화였다.

 

 우선 이 영화에 대한 이동진 평론가님의 평론을 간단히만 이야기 해보면, 대만의 폭압적 역사를 공포 영화 형식으로 만든 영화로, 게임 원작을 기반으로 영화로 각색된 형태인데, 게임과 비교했을 때 좀 더 설명적인 부분이 많다고 한다. 이 영화는 크게 4개의 파트로 나뉘는데 '프롤로그' - '악몽' - '밀고자' - '에필로그' 이렇게 4개인데, 이 영화를 이해하려면 당시의 대만 역사에 대해 이해가 선행 되어야 한다고 한다. 1911년 신해혁명 후 청나라가 망하고 쑨원이 중화민국을 건설하게 되고, 국공합작으로 일본을 몰아낸 후 국민당과 공산당 간의 전쟁에서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화당이 승리하고, 국민당은 대만으로 망명하게 된다. 당시 대만에서는 중국에서 온 국민당에 대해, 상류층 귀족 정도로 생각했다고 하는데 그들은 '외성인'이고, 원래 대만 섬에 대대로 살고 있던 사람들은 '내성인'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외성인과 내성인 간의 갈등만을 다루는 것이 아닌, 내성인과 내성인 사이에서의 갈등 또한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기존의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대만 영화들과 다르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뒤에서 자세히 하고, 우선 그 혼란스러운 시기에 228 사건을 계기로 국민당의 폭압적인 계엄령이 이뤄지고, 극우적 반공 이데올로기로 똘똘 뭉친 국민당 정권이 '학교'라는 공간조차 감시와 탄압의 대상으로 하여, 학교에 주임으로 군인을 배치하고 그 시기에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학생들 몇몇이 '독서회'를 조직하여, '자유'와 '낭만'에 대한 동경으로 여러 책을 공부하는데, 이러한 책들이 당시에는 '금기'의 대상이었다. 반공 이데올로기 하에서 자유에 대한 갈망은 그들의 정치 기조와는 반대된다고 생각하여, 하등 사상과는 상관이 없다고 볼 수 있는 애꿎은 책 3권을 금서로 지정하여, 그 책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체포하여 고문하고, 사형까지 치르게 된다. 

 

 특히, 이 영화에 등장하는 직업 군인이자 학교의 교관인 '바이구어펑'은, '사람' 그 자체로 해석하기 보다는 '국가의 폭력'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보면 더 이해하기에 쉬울 것이다. 독서회와 교관의 직접적은 갈등 관계를 더 집중적으로 다루기 보다는, 독서회 안에서의 내성인 간의 오해와 갈등을 위주로 '악몽'이 더 격화되기 때문이다. 크게 보면 외성인들의 내성인 지나친 탄압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기는 하지만, 학교 안에서의 '악몽' 같은 사건들은 사실, 내성인들 간의 배신과 밀고에 의해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이러한 상처에 대한 치유와 용서 등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하고자 하는 온화한 영화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영원히 반복'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어딘가에 갔다가 어딘가로 돌아오는지에 집중하고 있고, 등장 인물 중 누구에게 이입해서 보느냐에 따라도 내용을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화자는 '웨이중팅'이지만, 사실 관객들은 '팡루이쉰'에게 더 이입하게 되는데, '팡루이쉰'은 영화 안에서 가해자이자 피해자인데, 사실 관객을 이입시키기 좋은 등장 인물은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장선생님' 또는 '웨이중팅'인데, 왜 나쁜 행동을 하게 되는 '팡루이쉰'에게 이입하게 되는지는 어쩌면 감독이 짠 플롯의 한계점과 맞닿게 되는데, 일단 구조는 팡루이쉰이 꾸는 꿈으로 전개가 되다가, 역 플래쉬 백으로 처음 장면으로 돌아가고 계속 같은 꿈을 꾸는 것으로 이어지다가 고문 당하는 장면에서 내래이션으로 고문보다 악몽이 더 힘들었다고 하면서 팡루이쉰이 깨는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다시 또 웨이중팅이 사실을 말하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으로 다시 깨게 된다. 

 

 기본적으로 웨이중팅이 꾸는 꿈인데, 팡루이쉰의 시점인 이유는 팡루이쉰이 주인공인 꿈을 웨이중팅이 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팡루이쉰의 악몽을 꾸는 웨이중팅의 악몽 이야기를 다룬다. 이렇듯, 구조의 허술함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감정을 풍부히 표현한 부분이 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거울로 자기 자신을 보면서 괴물이 보이는데, 그 괴물은 사실 국가의 폭력이자 그에 부역한 팡루이쉰 본인이다. 후에 '기억할 거야'라고 선언하자, 유리가 깨지는 장면으로도 거울과 유리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영화에는 3가지 금기가 나오는데, 1. 금서를 읽는 것 2. 교사와 학생 간의 사랑 3. 결혼 밖의 사랑에 대한 금기다. 이는 팡루이쉰의 가정사에 집중하면 더욱 잘보이는 중첩 구간이다. 부모 관계에서 어머니가 아버지를 증오하게 되며 아버지가 저지른 부정을 폭로하는 것과, 장선생을 사랑하는 팡루이쉰이 배신감으로 인선생이 사라져버렸으면 해서 하는 독서회의 존재를 밀고하는 것이 정확히 같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 영화 안에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선대를 기리는 측면'이 있는데, 이는 영화 안에서의 '기억'과 '망각'의 문제를 주요히 다루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사실은, 에필로그가 아니면 웨이중팅은 꼭 필요한 등장인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영화 안에서의 사랑 이야기는 팡루이쉰과 장선생 위주이기 때문에 웨이중팅이 화자인 이유에 대해서 설명이 부족하다. 그런데, 이 이유는 후대의 대만인(감독 나이 80년대생, 30대인 감독)이 만든 영화로써 웨이중팅이 팡루이쉰을 바라볼 때의 느낌은 앞 세대를 바라보는 현 세대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선배 내성인 혹은 또 다른 내성인에 대한 연민, 책망, 감싸는 위치에서의 영화이며, 폭력적인 외성인이 아닌 내성인을 배신한 내성인 그러한 사람들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며, '기억'의 당사자는 누가 될 것인가는 왜 웨이중팅이 끝까지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된다. 영화의 대사 중 "진짜 잊은거야? 아니면 생각나는 게 두려운거야?" 라는 대사가 있는데, 기억하기가 싫은 이유는 그들이 가진 모종의 죄책감 때문이며, 부역하는 태도를 보였기도 하지만, 적당히 살아남은, 평범한 사람들의 죄책감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웨이중팅이 살아남아 끝까지 기억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살아남아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끝까지 잊지 않아주기를 바라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때의 일들을 기억해야 할 사람(웨이중팅)이 부역해서라도 (밀고) 살아남아 끝까지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적당히 부역하고도 죄책감을 지니며 살아남은 사람들을 감싸는 이야기라서 영화가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조금 더 특별한 측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당시의 자신의 삶에서, 영원히 자유로운 상태를 얻지 못할 것을 알지만 그에 항거하며 죽은 사람들. 그 사람들이 갈망하던 자유에 대한 이야기에 사랑 이야기를 중첩시켜 풍부한 감정 표현과 내포된 의미를 찾아 뭉클해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영화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마지막 편지를 전달해주는 장면은 공포 영화여서 소름이 돋는 것이 아닌, 비슷한 역사를 아프게 겪어낸 나라 사람으로써의 뭉클한 감정적 동화로 인해 일어난 소름이었다. 내포된 의미를 하나씩 뜯어보지 않았으면 모르고 지나갔을 여러 이야기들을 항상 1시간 내내 쏟아내듯 들려주시는 동진 평론가님께 감사드리고, 시간이 부족해 못다한 이야기들이 아쉽다는 개인적 소회를 덧붙이며 <반교-디텐션>의 시네마톡 후기를 마친다. 

 

 여담이지만, 최근에 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 한정판을 구입해서 읽은 입장에서 고문 장면은 여러 이유로 보기 힘들었다. 그 장면의 잔인함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권보다 우선하는 어떤 공포적 상황이 너무 공포스러웠다. 이건 장르적으로 공포이기 때문에 두렵고 무서운 것이 아니라 소설과 영화의 주인공에게 드는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그때의 고귀한 희생에 대해 일종의 부채감을 갖고 항상 잊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눈물이 나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을 유발하게 하는 좋은 영화를 만나 행복한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Posted by 디디_d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