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행사. 사실 영등포CGV는 평일 저녁에 퇴근하고 가기에는 거리가 있어서 보통 7:30PM 시작 영화일 경우에는 퇴근 후 갈 수 있기에 티켓팅에 도전하고 더 일찍 있는 행사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스페셜하게 다르덴 감독님들과의 랜선 토크로 GV를 진행하신다기에 연차를 쓰고 행사에 참석했다. 평일 저녁이어도 압구정이나 잠실롯데타워 정도는 갈 수 있는데 영등포 7시는... 도저히... (절레절레) 각설하고 GV 후기 시~작!

 

 

 

 

 사실 2018년 초부터 여러 GV를 찾아다녔지만, "랜선"으로 진행된 GV를 가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CGV 라이브톡 같은 경우, 중계관이 있어 현장에서 진행하는 라이브톡 좌석이 매진일 때 다른 영화관에서 중계해주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이번 GV는 처음으로 다른 나라(벨기에)에 있는 감독님들과 화상으로 연결해서 진행되는 GV라 진행 방식 자체가 색달랐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GV의 새로운 풍경인 것 같다. 원래는 감독님 두분이 내한해서 직접 진행하기로 하신 GV였다는데, 두분을 직접 뵐 기회를 놓쳐서 아쉽기도 하면서 이런 식으로라도 진행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감상이었다.

 

 

 

 

 본격적으로 "랜선" GV가 시작되기 전, 이동진 평론가님께서 나오셔서 평소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신에 20여분 간 짧게 영화에 대해 평론을 먼저 하시고, 그런 후에 다르덴 감독님들과 영상 통화를 하는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동진 평론가님 오른쪽 좌석에는 동시 통역가분도 나오셔서 행사 진행을 도와주셨다. 사족이지만, 언어 전공자로써 동시 통역가 분들을 보면 약간 소름이 돋는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바로 바로 통역이 가능한걸까. 단순히 언어 능력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평론가님과 감독님의 질문 혹은 대답들을 빠르게 이해하고 그걸 또 다시 다른 언어로 번역해서 말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보통 영화 관련해서 사용되는 단어들에 대한 이해도도 필요할 것이고, 본인 나름대로의 영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설하고, 처음 랜선 토크 본격 시작 전에 이동진 평론가님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현재 유럽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문명권 사이의 문제" 특히, 난민, 이슬람-기독교 사이의 테러 문제인데, <소년 아메드>는 유럽에서 살아가는 이슬람 종교를 가진 아메드라는 소년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을 풀어가는 영화이고, 특히 10대인 아메드가 종교에 쉽게 말해 '과몰입'되면서 "극단주의적", "근본주의적" 태도를 가지게 되고, 소년의 이러한 태도에 일련의 사건들이 개입하며 이 소년이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이다. 아메드가 이러한 극단주의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 지 불과 얼마되지 않아, 어린 시절부터 본인을 돌보아준 선생님을 배교자라고 보고 범행을 시도하기 까지에 이르는데 특히 그 3번의 범행 시도와 그 사이에 있는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아메드가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된 것은 무엇인가어떻게 이 소년이 본인이 저지른 범행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될 것인가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개인적인 감상을 조금 덧붙이자면, 이슬람 종교에 대해 사실 거의 무지하다고 봐도 되는 입장에서 이 영화를 접했을 때 아메드의 초반 행적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사실 종교라는 것이 절대 누군가에게 "이해"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소년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행동들이 내가 살아온 문화권 안에서는 일반적으로 거의 볼 수 없는 장면들이기 때문에 한치의 어려움 없이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었고, 여러가지 면에서 낯선 느낌을 받기도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소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슬림에 대한 이해가 간단히라도 선행 되어야 하는데, 이슬람 종교는 두 파로 나뉘는데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니파 그리고 시아파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맘"은 종교 지도자인데, 소년은 그의 영향을 받아 종교에 더욱 더 깊이 빠지는 단계에 이르러, 극단주의적 행동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또, 이슬람 종교 문화권 안에서의 여성혐오적인 태도도 엿볼 수 있는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인. 소년의 누나, 엄마, 그리고 이네즈 선생님에게 대하는 소년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셋을 대하는 소년의 행동에 주목해서 영화를 감상한다면 소년의 태도 변화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중간에 등장하는 루이즈라는 소녀와의 관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무슬림 디아스포라와 유대교 문명권 사이에서 극단주의적 행동을 보이는 소년 그리고 그 소년의 변화 과정.

 

 - 소년과 누나, 엄마, 이네즈 선생님 그리고 루이즈 라는 소녀와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

 

 - 소년의 손. 소년은 과연 무엇을 놓고, 무엇을 쥐는가?에 주목. (소년이 결국 마지막에 쥐게 되는 것은?)

 

 - 소년의 안경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 (또렷함과 흐릿함. 신념과 그의 왜곡)

 

 이동진 평론가님이 서론에 말씀하신 내용을 이 정도로만 요약하고, 바로 이어지는 감독님들과의 랜선 토크에 관한 내용과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기로 한다.

 

 

 

 

 영등포CGV 스타리움관의 엄청 큰 화면에 가득차게 감독님, 평론가님의 모습이 보이고 랜선 토크가 시작됐다. 가끔씩 관객쪽도 옆 화면에 잡아줘서 내 얼굴이 화면에 자주 등장(?)했는데 이때다 싶어 감독님과 마치 함께 찍은듯한 사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실 평생동안 내 얼굴과 감독님이 한 화면에 잡힐 일이 없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도해보았다... 라는 사족은 이쯤해두고, 첫 질문은 아무래도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에 대한 간단한 안부 질문으로 시작하였는데, 외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다음 시나리오를 모두 완성하셨다는 감독님의 답변에 하루 빨리 상황이 나아져서 다음 작품을 빨리 만나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인 촬영이 재개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었다.

 

 질문 중에 이번 영화에서는 항상 함께하던 카메라 감독님이 아닌 다른 분과 처음 촬영을 진행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감독님처럼 촬영 방식이 전과 같아 보이는데 (소년의 동선을 카메라가 쫓는 방식) 그것은 어떤 이유에선지?에 대해 질문하셨고, 이에 감독님들은 본인들은 관객들이 이 영화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영화 속 현실을 받아들일 때 "아, 이건 지금 현재 진행하고 있구나. 피할 수 없는 현실이구나" 라고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 사전에 많은 리허설을 통해 카메라가 소년을 놓치는 장면 또한 즉흥적으로 놓치는 것이 아닌 실제로 몇번 놓쳐야 한다는 것도 사전에 조율된 것일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하고 하기 때문에 스타일에 변화가 없다고 느껴질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셨다. 사실 난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영화 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해 여러가지 면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들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시나리오 상의 한 씬 한 씬마다 고도의 디테일한 작업들이 수행된다는 이러한 사실들이 모여 결과적으로 좋은 영화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작업 태도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또, 가장 인상깊었던 질문 하나는 평소 감독님들은 노동자 계층의 이야기, 난민 문제/타인, 타문화권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주로 찍으며 그 영화에서 주인공은 유럽인인 경우가 많은데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을 아메드 1인칭 시점의 영화로 만드신 구체적 이유와 그 변화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에 답변으로 이 소년은 문화만 이슬람 문화를 가지는 소년이지, 결국 같은 유럽인이며, 이러한 소년의 이야기를 하게 된 연유는 불과 몇 십년 전의 유럽에선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그들이 종교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러한 종교적인 이슈들이 유럽 내에 많아지면서, 그들이 왜 급진주의에 빠졌을까?에 대한 생각과 더 나아가 그러한 광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이런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하셨다. 종교에 의해 극단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결과적으로 인간으로써의 유약한 한계에 다다랐을 때 ----> 마침내 깨닫게 되는 것에 주목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사실 이 영화는, 소년 1인칭 시점으로 진행은 되지만, 소년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장면 보다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대사나 내레이션이나 표정 등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소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유추만 할 뿐 정확히 짐작이 잘 가지 않는데, 아메드를 묘사하는 카메라로만 그를 보게 되고, 직접적인 것 무언가가 없음에도 아메드를 1인칭으로 촬영한 것에 대한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는데, 이에 대한 답변으로 감독님은 "소년의 외로움"을 표현하셨다고 한다. 주변 사람을 보여주는 것 보다는 소년을 부각하며 소년이 모든 것으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하셨다. 영화 감독의 입장에서 주인공을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세세하고도 치밀한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엔딩 장면에 대한 (스포有) 질문과 답변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보통 감독님들은 영화를 만들면서 일반적으로 '이 영화는 여기서 끝이다. 여기서 엔딩을 해야 한다'는 느낌을 어떻게 받으시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 영화의 경우, 소년을 다시 소년으로써의 삶으로 돌려놓는 것을 "추락"하는 것으로 보여주며, 본인이 원래 "무기로 사용하려던 도구"를 이용해 ----> "누군가에게 살려달라는 부름의 도구"로 사용하게 되며, 다급히 구급차를 부르려는 "이네즈의 손"을 잡으며 사과를 하는 장면으로 끝내면서 이 아이를 원래의 그 나이대의 소년으로 돌려놓곤 이 여정이 끝났다는 것으로 여기가 결말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하셨다. 

소년이 결국 맨 마지막에 손에 쥔 것은 종교도, 사람을 해치려는 무기(칼, 칫솔, 못)도 아닌 선생님의 손이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추락 장면에서 안경이 벗겨져 보이지도, 추락하여 몸을 움직일 수도 없게 되어 "엄마"를 찾는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가 결국 소년 자신이 인간의 한계에 다다랐을 때 종교보다는 현실적으로 당장 도와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게 되고, 그로 인한 깨달음을 통해 본인의 행동에 대한 반성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10대 소년이 종교에 경도되어 극단주의적인 태도로 범행을 저지르며, 그 3번의 범행 사이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그 소년을 결국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집중하며, 소년이 믿는 종교와 그 정반대에 있다고 볼수도 있는 사랑/스킨십 같은 것들이 어떻게 대조되는지에 집중해서 보면 이 영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도 하면서, 그 소년의 행동들도 처음엔 낯설지만 나중에는 소년의 미래를 응원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좋은 영화 한편이었다.

 

 색다른 경험과 좋은 영화 한편을 발견한 기쁨으로 이 글을 마친다. 조만간 다르덴 감독님들이 한국에 내한하셔서 직접 GV에 참석하셨다는 소식이 들리길 바라며.

Posted by 디디_d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