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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1.18 [영화 기록/감상] 마티아스와 막심 GV 후기 (이동진 평론가)



<마티아스와 막심> GV는 7월 18일에 있었는데, 후기는... 11월이 되어 겨우 올리고 있는 나... ☆

이 글은 자비에 돌란 감독 알못의 첫 자비에 돌란 영화이므로 서툰 후기가 될 수도 있음을 주의바라며 후기 시~작!

 

 

 

 

 사실은 그렇다. 나는 자비에 돌란 감독에 대해서 잘 알진 못한다, 전에 신형철 교수의 책인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읽으며 얼핏 <로렌스 애니웨이>라는 영화에 대해 평론한 내용에 대해서만 읽은 적이 있고 그 외에 이 감독이 어떤 감독인지도 어떤 영화를 만들어 왔는지도 잘 모른 채로 첫 자비에 돌란 영화를 <마티아스와 막심>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전에 시리즈ON이라는 어플에서 <로렌스 애니웨이> 도입부를 잠깐 본 것 외에 끝까지 본 것은 <마티아스와 막심>이 첫 작품이다. 그런데, 첫 작품을 <마티아스와 막심>으로 시작하게 된 것은 어찌보면 약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 것이 평론가님도 언급하셨듯 이 감독님 작품 자체가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일단 느껴졌다. 아닌 게 아니라, 영화계에서 자비에 돌란 감독은 보통 "칸의 총아", "천재 감독"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데, 그러한 표현이 붙은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어렴풋이는 알 것 같았다. 엄청나게 나의 !취향 저격!의 느낌은 아니었고, 영화 상에 약간의 불친절한 지점이 있어 나에게 약간은 진입 장벽으로 다가온 씬이 몇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엔 대체적으로 좋았다.

 

 

 

 

 평론가님이 GV에서 초반에 언급하신 것은 감독의 필모그래피였는데, 감독은 젊은 나이에 10년 간 8편의 영화를 찍으며 "워커홀릭"으로 살아왔고, 이 바로 직전의 영화가 큰 투자를 한 것에 비해 성공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런 후에 <마티아스와 막심>은 다시 초기 자비에 돌란의 인디적이면서도 본인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영화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하셨다. 이 말을 듣고 초기작부터 찬찬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본인은 정말이지 돌란 알못...(...) 영화 내내 감독이 출연한 건 아는데 그래서 마티아스가 감독이야 막심이 감독이야? 했던 나. (머쓱..)

 

 감독이자 주연인 '막심' 역의 자비에 돌란, 그리고 그의 오랜 친구인 '마티아스' 역의 가브리엘 달메이다 프레이타스. 정말 간단히만 요약하면 결국엔 둘의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흥미롭다. 둘 사이에 있었던 어떤 강렬한 키스 사건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진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데 그 감정선의 표현 방식이나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보이는 촬영 기법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영화 내용 상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은 3번의 키스와 후반부에 친구들 간의 싸움씬이었다. 영화에는 3번의 키스 장면이 나오는데 "9학년 키스" / "영화 키스" / "후반부 키스"로 간단히 나눠보려고 한다. 영화에는 재연되지 않지만, 9학년 때 있었던 키스. 그리고 얼떨결에 동생 에리카의 영화의 주연이 되어 카메라 앞에서 나눈 키스, 마지막으론 우정에서 사랑으로 바뀌는 순간 혼란을 틈 타 나눈 진한 키스 장면까지. 이렇게 3군데의 꼭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영화 속 영화의 제목이 <나는 누구인가?>인 것에도 알 수 있 듯, 이 영화는 돌란의 자기고백적 성격의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본인이 살아온 삶에 영화적인 상상력을 보태 나온 영화. 그리고 돌란 감독의 삶에서 영화란? 그리고 나의 삶이란?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는 영화처럼 보인다. 나는 돌란 감독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 영화만 두고 봤을 때 그가 살아온 인생 전체를 판단할 순 없겠지만 본인의 삶에서 우정과 사랑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정도는 어렴풋이 알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진입장벽을 느낀 건, 친구들 간의 대화 장면에서 그들이 공유하는 대화 주제를 두고 토론하듯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관객인 나의 입장에선 그 대화들에 집중하기 힘들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해 뚜렷이 알 수 없어 답답한 장면이 몇 있었던 것 같다. (문화적 장벽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사실 한국인/친구들끼리 모여 이런 저런 내용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봤었다고 하면 이리 이해가 안되진 않았을 듯.) 이것은 친구들 간에 공유된 레퍼런스들이 많은 집단임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도 볼 수 있겠다. 그 집단의 결속을 보여주려 일부러 이런 장면을 곳곳에 넣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결속력 있는 집단인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균열"이 생기게 된 직접적 계기는 후반부의 파티에서의 싸움 씬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에 와서야 아,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이 이런 걸까. 하고 대충은 파악하게 된 느낌이었다. 친구들끼리 게임을 이어가다가 어떤 일로 인해 얼굴에 큰 흉터가 있는 막심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는 "입닥쳐 점박아!" 라는 말을 내뱉게 되고, 집단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아무도 언급하지 않던 것을 입 밖에 냈다는 자체로 그 공간의 분위기가 바뀐다. 본인들이 지켜온 배려가 깨지는 것을 눈 앞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아웃팅"하게 된 것이다. 집단이 지켜온 공통의 논리가 점박아라는 단어를 내뱉으면서 균열이 생기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오랜 시간 같은 주제를 공유해 온 집단이 어떤 단어 하나를 입밖에 냄으로써 균열이 생기는 것. 이를 통해 '개인의 아킬레스건을 잘 지켜주는 것'도 우정의 한 형태라는 것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막심과 마티아스 사이에서의 우정과 사랑은 하나로 정의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이해 관계가 얽혀있는 것 처럼 보인다. 막심과 마티아스 간의 계급과 놓여진 환경의 차이, 그로 인해 서로가 잃을 것이 없는 자와 잃을 것이 너무 많은 자임을 자각해야 하는 것. 그런 과정에서 우정이 사랑이기도 하고, 사랑이 우정이기도 한 모호함 속에서 키워가는 어떠한 감정들. 

 

 돌란 감독의 삶에서 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사랑은 또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둘을 억지로 분리하려고 해도 분리하기 힘든 감정임을 보여주고자 하는 영화 같았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감독이라고 들었는데 이 영화 하나만 보고서는 일단은 호라고 외치고 싶다. 추천!

 

 (시네마톡 당시 해설 들으면서 메모를 남겨놓기는 했으나, 결국에 업로드 시점에는 그때 평론가님이 말씀하신 것에 대략적인 틀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영화를 보고 난 지 몇개월이 지난 지금 기억에 남는 감상만 적어서 올린 글이기에 누군가 이 글을 내 티스토리에 들어와서 읽고 있다면 개인적 감상이 어떻다는 점만 참고해주면 좋을 것 같다!)

Posted by 디디_d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