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내용 및 결말 스포 주의
* 기본적으로 이동진 평론가님, 김중혁 작가님 해설과 이야기들에 간단한 개인적 소회를 덧붙인 후기입니다.


<주식회사 스페셜 액터스> 시네마톡, 이상하게 수요일에 빠지기 어려운 약속이 급하게 생겼는데도 시네마톡을 취소하고 싶지 않아서 어찌 어찌 뒷 약속을 어렵게 다음 날로 미루고라도 참석하게 된 시네마톡. 어쩌면 지금 후기를 쓰는 순간에는 약속을 미루고 취소하지 않고 영화를 보러 간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말그대로 '재미있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관람할 당시에는 (8/12) 감독님의 전작을 보진 않았으나, 어제 넷플릭스에서 전작인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를 보고, 과연 비범한 감독님의 등장이 아닐까를 더 확신하게 되었다.
이동진 평론가님, 김중혁 작가님 두분이 함께하는 GV는 두번째인데, 일전에 메가박스에서 메가토크로 진행했던 <클로저> 재개봉 때 뵌 이후로 영화 해설하시는 건 두번째 보는 것이다. (영화당을 통해 온라인으로 물론 감사하게 잘 보고 있지만) 현장에서 만나뵙게 되는 건 이번이 실질적으론 세번째! 전에 성동구청에서 진행한 크리스마스 기념 기부(?) 행사인 북토크에서 두분이 펴낸 <질문 하는 책들>이 출간되고 얼마 뒤의 행사가 있어 행사 시작 전 잠시 이뤄진 싸인회 때 뵌 적이 있는데, 당시에 수줍게 책을 내밀며 '실물이 잘 생기셨다'고 말씀드렸더니, '소문 좀 많이 내주세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응답하시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벌써 4년이 흐른 지금, 그 책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두분의 티키타카를 너무나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서도 응당 참석해야 했던 행사였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데 여기까지 늘어놓은 TMT....^^7

아무튼, 초반에 해설을 위해 등장하셔서 인사하실 때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인 무스비루 인사로 시작하셔서 그 부분부터 웃음을 주셨다. 절묘하게 찍힌 사진을 보고 초반에 이를 꽉 깨물고 웃음을 참은.... 두분의 입담과 센스에 항상 감탄을 하는 편인데, 전체적인 총평을 성급히 하자면 두분 다 이 영화의 감독님인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에게 푹 빠지신 듯 보였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이 비범하고도 재미있는 영화를 접하고는 이 감독의 다음 작품도 너무나 기대가 되었기는 마찬가지였다.
다시 해설로 돌아가보자면, 이 영화는 전작과는 연결되는 부분은 없지만 영화 자체의 방법론은 비슷하다고 한다. 중혁 작가님은 모든 작품이 예술가는 개별 작품이 어떻다는 평가보다는, 어떤 흐름을 갖느냐가 중요하고 그를 통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이셨다. 사실 감독의 영화에 대한 태도와 방법론이 계속 반복이 되면, 신선도는 떨어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 두번째 영화는 첫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부분이 많다고 느끼셨다고 한다. 이 영화는 특히, N차 관람을 하면 영화에 대해 더 잘 보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셔서 그에 공감하며 추후에 꼭 다시 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겉만 보면 사실 B급 코미디 영화 이상으로 보이진 않는데, 사실 그 안의 내용이나 내러티브가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복층의 플롯'을 가지기 때문이라는데, 보통은 병행의 플롯이 많아 바깥이 안을 감싸는 플롯인데 이 영화는 부분 집합을 보여주고, 이러한 집합들은 전체의 일부일 뿐이고 후에 전체를 보게 되면 뒤늦게 오는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플롯을 지녔다고 한다. 인간이 살아갈 때, 1인칭으로의 시점 밖에는 볼 수가 없는데, 그럴 때 볼 수 없는 부분을 추후에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여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지만, 결국 그건 진실이 아니었고 그 밖의 더 큰 진실이 중요했던 이야기.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에 대한 것들이 사실은 진실이 아니고 어떤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평론가님은 이 영화가 전작과 비교했을 때, 둘 다 '영화에 관한 영화'인데, 특히 전작은 '제작자'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면, 이 영화는 '배우'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이중 플롯이라고 하면 쉬운데, 이 영화는 삼중 플롯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작이 이중 플롯이었던 것에 반해 복잡한 측면이 있다고 한다.
1. 연기를 하는데 당하는 사람들 이야기 하나.
2. 주인공 시점에서 연기로 속여서 구출하고 폭로하는 이야기 하나.
3. 주인공은 자신이 연기를 했다고 생각하나, 결국 대상이 된 이야기 하나.
연기와 심리 치료가 영화를 이끄는 주요한 매개체인데, 종교 집단(사기단)과 스페셜 액터스는 구조가 정확히 같다고 한다. (이는 스패셜 엑터스의 시나리오 작가가 사기꾼 출신인 것과도 일맥이 상통한다.) 종교를 희화화 시키는 면이 있는데, 결국 그 종교 집단도 모두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 집단과 스페셜 액터스 두 집단이 누가 더 진짜 같은지?'를 겨루는 것 같은 측면이 있는데 결국엔 스페셜 액터스가 승리를 거두는 내용이라고 한다.
여기서 종교 집단은 즉흥적이고도 개인기적인 연기를 펼치고, 스페셜 액터스는 오래 연습하여 팀웍이 갖춰진 연기를 하는데, 이는 감독이 생각한 영화에 대한 생각이 담긴 듯도 보인다. 영화는 즉흥 또는 애드립으로만 이뤄진 천재 예술이라기 보다는 피 땀 노력을 통해 최고의 영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믿음이 보인다.
주인공의 삶의 모습을 조금 따라가보면, 동생 입장에서 형에게 연기에 대한 꿈이 있지만 아버지에 의해 그것이 억눌러져 왔고, 그 꿈을 폄하하면서 트라우마가 되어 성인 남자가 몰아붙이면 기절을 하게 되는데, 형이 어린 시절부터 본 '레스큐 맨'이라는 SF영화를 기반으로 스케일이 큰 연기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형은 배우가 되고 싶기는 하나, 용기가 없어 배우라기 보다 관객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처음 맡은 역할은 '관객' 역할이었다. 배우가 되어 맡은 첫 역할은 관객. 후에 레스토랑 진상의 역할을 할 땐 조연, 후에 종교 집단을 상대하는 연기를 할 때는 주연으로 등극한다. 단역->조연->주연으로 향해 가며 결국 레스큐 맨이 되어 주연으로 블록버스터를 끝내는 형.
이와 반대로 종교 집단인 무스비루 교주의 아버지는 실질적 교주 역할로 주연이었다가, 후에 조연이 되었다가 나중엔 상황을 관망하는 관객으로 역할을 마친다. 주인공인 형과 정확히 반대 방향의 진행 방향을 갖는다. 이렇게 흘러가다보면, 결국 마지막 상황에서 형은 본인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마지막에 보는 오디션에서 연기를 잘해서 역할을 얻어내야 하지만, 형의 연기력은 전과 다름이 없다. 이는 사실 예술은 어떤 것을 고양시키고 바꾸고 발전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나, 별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을 하셨을 때, 어떻게 보면 예술에도 한계는 있고 그 한계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의 예술관이 이런 곳뿐 아니라 곳곳에 드러나는 면모처럼 보였다.
영화 안에서의 '불을 밝혀라'라는 테마에 대해서 영화 내용 안에서 여기저기 보이는 '불을 밝혀라'라는 모토. 첫 오디션의 드라마 제목도 '불을 밝혀라' 였고, 심리 치료사가 형에게 한 말도 '당신 스스로 불을 켜야 해요' 라고 하기도 하고, 초반에 형 집의 밀린 세금으로 인해 불이 꺼지고, 도쿄 전력에서 날라온 전기세 독촉장을 보여주는데 그 부분 또한 주인공의 현 상황을 반영한 것인듯 보이는데 종교 집단을 고발하는 마지막 장면에 불을 밝히며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형이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이러한 '재생'의 테마는, 동생이 형에게 준 교훈과도 일맥이 상통하는데 이는 형이 연기로 돈을 벌 수 있게 된다는 희망을 심어준 것이다. 본인이 본인 몫의 돈을 벌어 전기를 끊기지 않도록 해서 불을 밝히는 것. 그것이 예술가의 의무이기도 하기에, 혼자서 스스로 불을 밝힐 수 있도록 하는 장면을 곳곳에 삽입한 듯 보인다.
이 영화의 엔딩에 대해 작가님과 평론가님의 의견이 조금 갈렸는데, 평론가님은 기본적으로 새드 엔딩처럼 느끼셨고, 작가님은 해피 엔딩으로 느끼셨다고 한다. 같은 영화를 보았지만 개개인이 느끼는 소회는 이만큼이나 천차만별 같다. 개인적으로는 새드라고 느꼈는데, 주인공이 결국 연기를 할 때 느끼는 떨림과 두려움을 극복하여 자그마한 단역 정도라도 얻고 끝났다면 완전한 해피로 볼 수 있었겠으나, 그렇지 않고 연기 실력이 그닥 늘지 않았다는 점이 슬펐다. 본인이 어린 시절부터 꾸던 꿈을 이루기엔 아직 많이 부족한 주인공. 자매의 온천을 지킨 레스큐 맨은 되었지만, 결국 결정적으로 어떤 미디어에 배우로 비출 수 있는 기회를 갖진 못한 것이기에 조금은 씁쓸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평론가님이 새드라고 느낀 부분은, 결국 동생이 형을 관객 자리에서 끄집어 내서 배우의 역할로 만들고 싶었던 것인데, 그렇기 위해서는 최소한 형이 모든 사실을 몰라야하며 마지막 오디션 장면에서 역할을 얻어야 하는데 둘 다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라우마를 딛고 일어날 어떤 자신감을 주기는 했으나, 연기력은 결국 제자리이며, 재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에서 끝났기 때문이다. 기절에서 극복했다고 보여는 지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레스큐 맨이 된 주연에서 모든 것은 자신을 빼고 다 가짜였다는 것에 소외감을 느껴 다시 관객의 자리로 가게되는 형의 모습에서 새드라고 느끼셨다고 한다. 나도 이런 점에 여러모로 공감한다.
영화 안에서의 '화이트 라이'에 대한 개인의 윤리적 판단은 모든 관객들이 다 다르게 생각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형에 대한 동생의 이 착한 거짓말은 과연 옳은 것일까? 스스로 극복해내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가짜 상황에라도 놓여져 극복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좋은 건지?에 대한 생각은 각자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론 이 착한 거짓말이 옳다 / 그르다를 판단하기보다 그저 형이 가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도록 도움을 준 동생의 가족 간의 정과 사랑을 온전히 느끼고, 다가오는 반전의 반전. 그 사이의 여러 유머적 상황들에 웃음을 지으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두분 덕분에 비범한 감독의 비범한 작품을 알게 되어 행복하다. 이 영화를 보고 전작이 너무 너무 너무 궁금해서 넷플릭스에서 바로 시청했다. 전작이 더 좋다는 평가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는 <주식회사 스페셜 액터스>가 더 좋았다. 영화 취향의 차이이기도 하겠고, 좀비물에 대한 선호도의 차이일 것 같다. 어찌되었든 나는 이 영화가 여태까지 본 2020년의 영화 중 가장 좋았기 때문에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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