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종로3가역 인디스페이스에서 영화를 봤다.

스타벅스 신메뉴 콜드브루 오트라떼인지 뭔지는 맛이 없었지만,

<좋은 빛, 좋은 공기>는 좋았다.

 

사실 좋았다라는 말로 이 영화에 대한 설명을 끝내기엔 부족하다.

광주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가보고 싶다.

지구 반대편, 5월 광장, 목요일, 하얀색 두건....

광주, 광주, 광주

행방이 불명된 분들을 하루 빨리 찾아 제대로 넋을 기릴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소년이 온다>의 한강 작가님

전에 빨책에 출연하셨을 때 들은 음성과 겹쳐져서

너무 반가웠다 마치 아는 사람을 낯선 공간에서 만난 것처럼

누군가의 음성만을 듣다가 만날 줄 몰랐던 장소에서 조우할 때의 느낌이 이런걸까?

 

<소년이 온다>는 한번에 읽기가 너무 힘든 작품이다.

읽다가 울다가 잠깐 트위터에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보다가

감정을 추스리고 다시금 읽고 또 읽게 되는 소설

 

나는 앞으로 영원히 이 영화를 보면 이 소설을 떠올리고

이 소설을 읽으면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되겠지.

 

전남도청 앞 분수대엔 물이 마르지를 않네.

영화 보면서 내내 신경이 쓰였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잘 해낼 사람들이지만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 놓인 누군가가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정대건 작가님의 말씀

가슴에 새겨야지


 

 

 

영화가 끝나고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렀다.

토요일에 교보문고에서

오랫동안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밀린 책들을 구입했는데

빨리 와줬으면 좋겠어 특히

 

<노마드랜드>랑 <태엽 감는 새>는

<노매드랜드>랑 <스파이의 아내>를 보고

읽고 싶어져서 샀으니

영화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읽고 싶다.

 

그러고도 많은 책들이 장바구니에 있어서

그 책들의 실제 모습을 보고 싶었다.

가능하면 서문 정도라도 읽어보고 싶어서

종로3가에서 종각역을 지나 광화문엘 갔다.

 

왜 종로만 걸으면 여러 생각이 스치는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우울했던 시기에 그곳에 제일 많이 다녔어서 그런걸까?

학교 앞 자취방에서 버스를 타고 인사동엘 가서 토익 공부를 하고

집에 오면 괴롭게 자기소개서를 써내고 인적성과 면접에 치이던 시기가 이제는

추억이 될만도 한데 왜 현재진행형이지?

 

얼마전에 김포공항에 갈 일이 있었는데

메이필드에서 면접 보고 추운 겨울에 면접 정장과 코트만 대충 걸친 채로

공항 안을 헤매던 내가 떠올라서 서글프고 괜히 초라해졌다

 

나는 언제쯤 내가 초라하다는 생각을 안할 수 있는거지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생각하는 한편 나는 왜 그 과정이 안끝나지?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이 나이가 되면 마냥 안정적일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내 인생에 아직 안정과 정착은 없다 안타깝게도

그걸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은 부족한가보다

언젠간 얻을 수 있겠지 그거

 

교보문고에서 살까말까 고민하던 책을 몇권 찾아보고

 

위화 <가랑비 속의 외침>

이승우 <생의 이면>

편혜영 <저녁의 구애>

김애란 <침이 고인다>

 

는 다음 주문 때 꼭 사기로 결정했다

토요일에 주문한 책을 다 읽으면 바로 주문해야지

 

중국 작가 바진과 옌롄커 작가의 책에도 관심이 있는데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아, 루쉰의 <쿵이지>라는 단편도 읽었다

쿵이지는 인물의 실제 이름이 아니고 주변에서 부르던 별칭이며

그는 흰 두루마기를 걸치고 술집에 드나들며 황주를 먹곤 하던 사내인데

후엔 돈이 없어 남의 돈을 훔쳐서라도 술을 먹고 다니고

돈을 훔치다 걸려 다리가 부러졌어도 사족보행을 해서 술집엘 온다

 

그러다 술집에 외상 19원을 남기고 다신 찾아오지 않는다

 

요새 읽는 위화 작가님 에세이에 중국 문학에 관해 많이 나오고

루쉰에 대한 언급이 많아서 자연스레 학부때 생각이 난다

 

사실 학부때는 중국 문학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었고

그냥 중국어를 어느정도 하게 되었다는 것에만 만족했고

복수전공하던 과목에 집중했는데

 

졸업하고 나니까 왜이리 관심이 생기는거지?

 

중국어를 더 잘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괜히 통번역대 입학전형을 검색해보기도 하는데

모르겠다 평생 업으로 삼을 만큼 딱 그만큼의 관심일지

아니면 그냥 단순한 호기심일지

 

일단은 지금 하는 일에 능숙히 쓸 정도의

비즈니스 중국어를 더 열심히 해보는 것으로 현실과의 타협을

하고 나중에 더 깊이 파고 싶으면 도전해보는걸로

 

 

 

 

 

집에 돌아오는길 시끄러운 지하철 안에서

가방에 챙겨간 책 <2021 12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다.

박서련 작가님 원래도 좋아하지만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읽고 더 좋아졌다.

 

나도 이 소설 속 화자의 자녀이고 싶었다.

그런 환경이었다면 내 인생은 조금이나마 달라질 수 있었을까?

자꾸 곱씹게 된다 모든걸

 

그 다음 작품

서이제 작가님의 <0%를 향하여>는 읽으면서 계속

왜인지 모를 기시감이 느껴졌는데

그 이유가 바로 사진 속 256페이지의 문장 때문이다.

종로3가역에서 영화를 보고 나와서읽은 소설 내용이 저래서

 

전자책으로 막 완독한 <GV빌런 고태경>에서도 계속 서울아트시네마가 나오고

<0%를 향하여>에서도 영화 이야기가 나오고

그런 나는 인디스페이스에서 영화와 인디토크를 보고 나와서

 

오늘은 왠지 일기를 남기고 싶었다.

사실 3일에 쓰는 2일 일기지만 그래도 남기고 싶었으니까.

 

평소 먼슬리만 쓰고 따로 일기를 쓰지 않는데

왠지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그런 날들이 있을 때

종종 여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떠들 때 너무 행복하니까 >~<!


 

 

 

 

Posted by 디디_d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