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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나 자신을 깨고 나오지 않으면
어디에도 어느 곳에서도
나 자신으로 온전히 서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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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정확히는 소설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귀로 들으면 아무 말도 아닐 문장이
눈으로는 선명해서 가슴에 새겨지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저절로 흘렀던 게
여러 날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최은영 작가님의 <밝은 밤>은 여태
읽었던 어느 소설보다 더 위로가 되어서 슬펐다.

일부러 누군가를 울리려고 쓴 글이라고
그렇게 의도된 게 아님에도 계속 마음이 아팠다.

'밝다'와 '밤'이 공존한다는 것이
어떤 책을 읽으며 이렇게나 많이 울 수 있었다는 것이
여러모로 놀라운 소설이었다.

자격증 준비를 시작한 뒤로 티스토리에 소홀했는데
(거의 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는)
<밝은 밤>이라는 책을 계기로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애플> 시네마톡 후기를 적었다가 비공개 처리 했는데
그게 6월 16일의 일이니 거의 3개월 만의 글이다.
여러모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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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아주 아주 우연한 계기로
어떤 미국 드라마 시리즈에 꽂혀서
무려 시즌 11까지 쉬지않고 정주행을 했고
그대로 종영인 것이 아쉬워 후기글을 찾아보다가
'어떤' 글을 발견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글 말고 다른 글들을 읽어보고 싶었고
새벽이어서 그랬는지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난건지
눈물이 나서 마음이 아픈건지

그것의 인과관계가 어찌 되었건 나에겐 너무 슬픈 글들이었다.
그 곳의 모든 글이 진심이어서 슬펐다.

가끔씩 찾아가서
그 분의 안부를 찾아볼 것이다.
잘 있는지 잘 극복하고 있는지
더이상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아주 슬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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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찾아보다가
버려뒀던 내 블로그에 오랜만에 접속했는데
안부글에 오래전 친했던 지인이 남겨둔
메시지와 휴대폰 번호가 있었다.

'외로울 때 연락해.
010-XXXX-XXXX.'
2008년 11월

2008년이면 아직 학생일 때
어떤 스포츠팀을 같이 응원하던 언니였는데
2011년인가 서울에서 만나서
함께 홍대 민들레영토에 갔던 생각이 난다.

그때 언니가 했던 얘기 중에 아직도
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 말이 있는데
'색'에 관한 말이었다.

본인은 어떤 색을 떠올릴 때
너무 이미지가 극명한 것은 싫어서
애매한 분홍색이 좋다고 했다.

파란색이 어때서
초록색은 이래서
노란색은 그래서
.
.
.

이런 식으로 색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게
아직 선명한데 이것도 아주 오래 전 이야기라서
아주 분명하진 않지만 그 말이 와닿았는지
오래 내 기억에 남아있다.

요즘 아주 오래 전에 알았던 지인, 친구들이
그립다.

나 자신을 향한
자기 혐오를 타인에게 뒤집어 씌우는 건 아니었는데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이 많은데
그 중 가장 후회되는 건
잃어버린 나의 친구들이다.

그들이 나를 그리워 할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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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 모르겠다.
'죽고싶다'는 말은 '행복하게 살고싶다'는 말이라는데
그럼 과연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야 할지 너무 막연하다.

사람은 왜 일을 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까?
죽을 죄를 지은 죄인도 아닌데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밖을 나가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두려울 때가 있다.

모든 걸 내일, 다음, 나중으로 미루게 된다.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병원에 가길 미룬다.
내겐 너무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어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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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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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디디_d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