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나름' 치열하게 살던 시절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자주 듣던 시기가 있었다 처음 듣기 시작했을 땐
방송에 나온 책 중에 거의 읽은 책이 없어서 빨책을 먼저 듣고 흥미가 생기면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는 방식으로 읽었었다 그땐 책을 소장한다는 것엔
그닥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읽는 행위'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인생 소설 황정은 작가님의 <백의 그림자>를 만나게 되고
작가님이 출간하신 책을 전부 탐독했다.
그 후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책을 물으면
별 고민도 없이 황정은 작가님의 <백의 그림자>를 외치곤 했다.
(가끔은 양귀자 작가님의 <모순>일 때도 있기는 하다만,)
살면서 단 한번, 내가 이 책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더니
본인도 그 책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가끔 생각이 난다.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
그렇게 한동안 책을 읽다가 삶이 바빠지고 가볍게 읽고 넘길 수 있는 책보다는
공부를 하고 외워야 하는 것들, 자격증을 따내고 합격해야 하는 시험에 집중을 해와서
한동안 독서와는 거리를 두게 되었다가 작년부터 다시 독서를 제대로 하기 시작하곤
책을 한권씩 모으는 재미에 빠졌는데 애석하게도 내 인생 책은 이미 절판되어 있었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스치듯이
'좋아할 때 좋아해야 한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봤었는데
그 대상이 무엇이든 나를 마냥 기다려주지는 않는다는 걸 이럴때도 깨닫는다.
그게 너무 아쉬워서 가끔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습관적으로 '황정은', '백의 그림자'를
검색해보고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매장에 재고가 있고 상태가 괜찮으면 꼭 사게 된다.
운좋게 한권을 구하고
반복해서 읽다가
필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장편은 필사하기가 어려운 게
어디서 끊어야 할지 모르겠다.
하다보면 손목이 마냥 너덜너덜
개정판이 나온다면 새 책을 사보고도 싶은데 기약이 없다.
출간된지 1년도 안된 책도 리커버판이 우후죽순 나오는데
<백의 그림자>는 왜.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마음에 안정이 필요할 때
'갈비탕과 냉면 그리고 쇄골' 이야기를 떠올린다.
가끔은 '가마'를 떠올릴 때도 있다.
내 인생에서 아마도 처음으로
'가마의 처지'를 고려해보게 된 계기였던.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누군가의 별 의미 없이 던진 시선과 말에
나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걸.
'일상기록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년 4월 7일 금요일 '희망 그리고 마지막 인사' (0) | 2023.04.07 |
---|---|
2021년 9월 10일 금요일 '외로울 때 연락해.' (feat. 밝은 밤) (0) | 2021.09.10 |
2021년 5월 29일 토요일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0) | 2021.05.29 |
2021년 5월 19일 수요일 '슬픔도 힘이 될까?' (0) | 2021.05.19 |
2021년 5월 2일 일요일 'MOVIE AND BOOK' (0) | 2021.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