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나쁜 풀도, 나쁜 사람도 없소. 그저 나쁜 농부가 있을 뿐이오.」 라는 말이 뇌리에 강렬하게 남는 영화 <레 미제라블>에 대한 뒤늦은 후기를 남기려고 한다. 사실 이 영화는 프랑스 관객을 대상으로 한 프랑스 영화(국제 관객을 대상으로 하기엔 친절한 편이 아님.)이기 때문에 한국 관객이 느끼기에 설명이 뒤따라야 하는 부분이 많아 시네마톡으로 보지 않았더라면 영영 이 영화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을 법한 부분을 글로 남겨 오래 기억하고 싶어 후기 겸 시네마톡 진행 중에 언급 되었던 부분들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우선 이 영화는 프랑스 '방리유banlieue' 지역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조금 더 이해하기가 쉽다. 지식 백과에서 발췌한 방리유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방리유란 프랑스에서 대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교외 지역을 가리킨다. 행정구역상으로 대도시에 속하지는 않지만 대도시의 생활권에 포함되는 지역이다. 프랑스에서 방리유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산업이 급속하게 발달하면서 부족한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북아프리카와 아랍지역에서 외국인 노동력을 대거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들은 주로 방리유에 거주하면서 집단거주지를 형성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발생한 경기침체로 수많은 공장들이 부도나고 대량 실업사태로 이어지자, 방리유는 실직한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나게 되어 빈민지대로 전락하게 되었고, 주거환경은 갈수록 낙후되고 범죄와 무질서가 증가하게 되었다. 이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이 매우 컸는데, 그 이유는 방리유에 사는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의 2세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어를 말하는 프랑스인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출신의 부모를 두고 있고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누려야할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하지 받지 못하고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되면서 교육이나 취업에서 차별을 받았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방리유 [Banlieue] (두산백과)) 

 

 요약하면 방리유는 프랑스 대도시 근교의 주로 마그레브 지역(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등 아프리카 북서부 일대)의 이주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슬럼=빈민가로 전락한 지역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주 노동자와 원래의 주민들, 프랑스 대도시에서 방리유로 이주하여 정착한 프랑스 인들이 서로 섞여 살면서 일어난 많은 인종과 종교의 차이로 인한 차별 문제가 심각하여 이로 인해 소요 사태가 많이 일어난 곳이다. 이러한 배경에 이해가 선행된다면, 영화 내에서는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만을 설명하기에 관객 입장에서 영화 안에서의 몇몇 장면에 대한 부족한 설명을 보충할 수 있다.

 

 즉, 여기까지 정리된 바를 통해 이 영화를 축약하면 프랑스의 '몽페르메유'라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의 배경이 되기도 한 프랑스 방리유 지역에서 일어난 경찰 3인과 어린 10대 소년들의 대치 상황과 그 안에서 벌어진 사건을 감독이 어떤 식으로 풀어가고 있는가에 집중하면 된다.

 

 평론가님이 덧붙여주신 설명에 의하면 프랑스는 우리가 생각할 때 흔히 '톨레랑스'의 나라이기에 자유롭고 관용이 넘치는 나라라고 생각되지만, 실상은 미국과 같은 나라처럼 '자유롭게 분권화'되어 있는 나라가 아닌, '중앙집권화'된 국가주의의 나라이기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에 동조하지 않으면 박해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에 억눌린 어떤 것들이 '테러'라는 형태로 표출되어 테러가 유달리 많이 일어나는 나라이기도 하다고 한다.

 

 사실 방리유가 형성되는 초기 단계엔 프랑스가 출산율이 낮은 나라이기에 생산력 향상을 위해 이민 협약을 맺어 국가에서 주도하여 주로 마그레브 지역의 이주 노동자들을 프랑스에 이주하도록 하여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였고, 비교적 초기인 50-70년대에는 자질도 우세하고 납세액도 높은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초기 이민자 (이민 1세대)들의 대우와 그들의 생활이 괜찮았다고 한다.

 

 하지만, 전 세계에 불황이 일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어 이민 2,3세대의 취업이 보장되지 않아 그들의 생활이 위태로워지기 시작하였고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이들을 임시로 수용하려던 대도시의 근교 지역에 대도시에서 밀려난 프랑스인들과 이주 노동자들 그리고 원래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이 섞여 살기 시작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흡수되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여러 편견과 분노에 의거한 소요 사태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평론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러한 상황에서 이민 2,3세대들은 '방은 좁은데 비해 사람은 너무 많아서 거리를 떠돌게 되어' 거리에서 작고 큰 사건에 가담하거나 휘말리게 되는데, 이때 경찰(주로 프랑스 백인)들이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여러 인종/종교적 편견에 의해 그들의 일방적인 시선으로 이주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의심하게 되고, 그러한 와중 발생한 한 사건에 의해 2005년 대규모 소요 사태가 일어나는 등의 국가 안에서 여러 인종이 지속적으로 섞이지 못하고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차용하여 영화적으로 담아낸 것이 바로 이 영화 <레 미제라블>이다. (하기 링크의 기사를 참고하면 2005년 프랑스 대규모 소요 사태와 그 이후의 여러 소요 사태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430914.html

 

프랑스 아랍계 소요…이민자 폭동 또 불붙나

경찰 총맞고 아랍계 사망 그르노블 청년들 방화·시위 내무장관 강경대응 선포 2005년 폭동 재연될라 긴장

www.hani.co.kr

 이러한 방리유에 새로 부임한 경찰 스테판 경감(다미엔 보나드)이 부임하면서 몽페르메유라는 도시를 겪은 적이 없는 자의 시선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마치 관객이 그러한 것처럼, 스테판 경감도 이 도시에 대해 겪은 적이 없기에 함께 팀을 이룬 크리스(알렉시스 마넨티)와 그와다(제브릴 종가)가 이 도시의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 또한 생소하고 이해되지 않는다. 영화 초반부는 계속 기존의 팀을 이룬 경찰들이 그 지역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을 소개하는데 그때 나의 속마음은 '그들은 도대체 왜 그럴까? 아무리 우범 지역이라고 해도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 어린 10대 소녀들 곁에 담배 꽁초가 떨어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해도 괜찮은 걸까?' 라는 나의 시선에서는 결코 이해가 되지 않는 여러 행동들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관객의 시선을 한 스테판 경감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것이다'라는 의견에 동감한다. 하지만 꼭 그의 시선에 의해서만 극이 진행되지는 않고 각각의 인물이 굉장히 입체적으로 다뤄지는데 하나의 영화 안에 비교적 짧은 시간을 다루지만 꽤나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각각의 인물의 서사가 드러난다. 이는 감독이 결코 이 영화 안에 어떠한 무리의 편에 서서 극을 진행한다기 보다는 각각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일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인다. 물론 관객인 나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자처럼 보이는 자에게 더 마음이 갈 수 있으나 최대한 감독은 어떤 이의 입장에도 서지 않은 채로 관객인 나에게 그 판단을 맡긴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영화가 결코 친절하지 않고 단 하루 24시간 내에 일어난 어떤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는 10대 아이들이 굳이 왜 저렇게까지 하는걸까? 아무리 본인들이 인권 침해를 겪었다지만 본인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폭언을 하고 최후에는 엄청난 일격을 가하기도 하는 것이 너무하지 않나하고 느껴질 수 있으나 이러한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따져본다면 그들이 가하는 일격이 대체 왜 그런 것인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폭력이 정당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최초에 이러한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결국 국가/사회/기성 세대의 책임일 것이기에 아이들의 상황에 대해 비난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이 영화 안에서는 프랑스 사회의 여러 복잡한 문제들을 한꺼번에 다루는데 우선 인물들이 어떤 무리를 형성하는지에 따라 특성이 나뉜다. 

 

 - 스테판/크리스/그와다 '경찰' 무리

 - 뺀찌를 주축으로 하는 '마약상' 무리

 - 시장('주민 자치회'장)을 주축으로 하는 무리

 - 이슬람의 '종교'적인 베이스를 가진 살라 무리

 - 이사를 주축으로 한 '이주 노동자 10대' 무리

 

 한 지역 안에서 여러 무리들이 하나로 뭉쳐지지 않되 각자의 영역을 형성하며 각자의 이해 관계에 따라 가끔은 뭉치기도 하고 대치하기도 하는 상황에서 외부에서 온 서커스 군단의 어린 사자가 사라지면서 이 사자의 행방을 쫓다가 생긴 또 다른 사건이 '우발적'이라기 보다는 '언젠가는 터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건이 되면서 영화는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닫게 된다.

 

 관객 입장에서는 이 영화 안의 어떤 단면적인 다뤄진 것들만 보고 영화 안에서의 사회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에 자연스럽게 빠지게 된다. 감독이 영화를 풀어가는 방식 자체가 각각의 무리가 단순하게 한쪽이 선이고 한쪽이 악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뿌리깊은 오해들이 쌓인 상황에서의 적대적 공생 관계를 과연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까?에 대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계속 복잡하고도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기는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약간의 희망을 찾아본다면 종교적 베이스를 가진 '살라'가 범죄자에서 갱생하여 다른 어떤 무리들보다 아이들의 편에 서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실마리를 보여주는 장면과 스테판 경감이 지역을 이동하여 방리유 지역 안에서의 실상을 본인이 직접 겪고 (사실 지역 이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끝까지 몰랐을 수도 있는 일) 조금이나마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절망 속에서의 약간의 희망들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시네마톡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해설은 서커스단이 잃어버린 새끼 사자는 결국 10대 소년 '이사'의 은유라는 것이었다. 이사는 새끼 사자인데, '새끼라는 것에 집중하는 바람에 사자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경찰은 이사라는 새끼 사자를 훔친 것이고, 과연 이 훔친 새끼 사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관객들과 함께 해보면 좋겠다는 감독의 메시지가 이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라는 점이 가장 인상깊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빅토르 위고가 말한 '나쁜 농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 경각심을 갖고 언제나 의심하며 살아가자는 개인적인 교훈도 얻을 수 있었던 좋은 영화와 좋은 해설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부모도 아니고 직업적으로 교육자도 아니지만 스스로의 인생 안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약자와 차별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었던 좋은 영화를 발견한 것 같아 굉장히 뜻깊은 시간이었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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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좋은 영화는 개인의 취향을 따르지 않는다'고 하는 말이 이 영화에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닐까싶다. 사실 스릴러, 서스펜스, 미스터리 류의 장르는 주로 드라마, 가족, 성장, 로맨스 등의 비교적 따뜻한 장르를 좋아하는 내게 그닥 끌리는 장르가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서스펜스의 서늘함을 시종일관 유지하면서도 보는 이로 하여금 잔인함과 극도의 긴장감을 이끌기 보다는 어떤 역사적 사실을 둘러싼 여러가지 이야기를 슬프지만 차분히, 잔잔하지만 지루하지는 않은 방식으로 전달해준다.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그 영화가 꼭 우울하거나 비참하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을 이 영화가 잘 설명해준다고 느꼈다. 아주 무겁지만 꼭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할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에 관한 감독의 고민이 곳곳에 엿보인다. 영화 안에서 상영되는 여러 영화들을 그냥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자세히 본다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섬세하고도 자세히 이해할 수 있다. 누군가 이 후기를 읽고 있다면, 평론가님 이야기 정리 + 필자 생각 갈무리 정도로 보고 가볍게 읽어주었으면.

 

 사실 이 영화를 본지가 꽤 되었는데 굳이 지금 후기를 남기는 이유는 영화 자체가 좋았던 것도 있지만, 그런 부분을 떠나선 중국 유학 시절 731부대에 방문한 적이 있어 그때의 기억이 내 머리와 가슴에 여전히 생생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어로 된 오디오 해설을 듣기는 했으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 못한 채로 그곳에 방문해 당시 행해졌던 입에 담기조차 두려운 여러 인권 유린 행태를 보곤 누군가 머리를 망치로 내려친 듯 머리가 띵해 멍히니 한 곳에 오랫동안 서있어야 했고, 전시관 사이 사이를 다니면서 느껴지는 증오와 소름에 느껴지는 공포로 빨리 그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과 그 반대로 꼼꼼히 봐두어 이러한 사실을 오랫동안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계속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영화 안에 나오는 역사절 사실이 이뤄진 공간에 방문한 적이 있다는 점이 인상깊기도 하고, 이러한 이야기를 한명이라도 더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 후기를 많은 사람이 보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되나, 혹 누군가 검색하여 우연히라도 보게 된다면 그 사람 만큼은 내가 느낀 감정과 영화에 대한 정보를 알아줬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1. 구로사와 기요시 그리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필자는 사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보다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쪽이 조금 더 익숙하달까. 2018년 개봉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던 <아사코>를 보았기 때문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이 영화의 등장 인물 중 한명인 히가시데 마사히로 정도만 안면이 있고, 일본 영화계 거장이라고 알려진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 채 영화를 보았다. 

 

 그는 장르 영화를 주로 찍고, 관계의 균열과 왜곡에서 나오는 서늘한 순간들을 잘 포착하는 감독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감독이 도쿄대 강의 과제 중 시나리오 각본을 써오라는 과제를 내고, 그 중 잘 쓴 각본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 제자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었던 것이다. 

 

 시대극에 잘 어울리는 엄정한 카메라 워크는 사실 시대극 자체가 예산이 많이 드는 영화 장르이나, 일본 영화계 자체가 예산이 항상 부족한 환경이기 때문에 최대한 보여지는 부분을 제한하여 찍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영화에 잘 어울리는 촬영 기법이면서도 한정된 예산 안에서 훌륭한 작품이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영화 안에서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 '고베'인 것은 19세기 중반 미국에 의해 강제로 개항된 항구 중 핵심적인 너덧 개의 항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고베에는 일본과의 무역업을 위해 외국인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와 섞여 살고 있었으며, 거리에 외국인이 많이 있어도 그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풍경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공간적 배경 안에서 주인공인 '타카하지 잇세이' (남편 유사쿠역)가 코스모폴리탄 ('세계주의의 사상을 가진 사람')의 삶을 동경하게 되는 것의 하나의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3. 영화 안에서의 역사적 맥락.

 사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일본인이 만든 태평양 전쟁 직전의 역사를 다룬 일본 영화라고 하면 그 영화를 보기 전부터 그닥 와닿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반응이 주를 이룰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현재까지 제대로 바로잡지 않은 채인 상황에서 만든 영화라니. 하지만 이 영화는 '그래도 그나마' 자기 반성적이며, 역사적인 사실만이 주를 이루지 않고 영화 안에서의 핵심이 아니기 때문에 거기에 너무 연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에 관동군 생체 실험 현장에 다녀와서의 기억이 남아있기에 썼다고는 했지만, 사실 그러한 개인적인 기억이 없더라도 누구나 주인공의 감정선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1940-1941년을 배경으로 하며, 이때는 1940년 9월 시작된 소련-몽골연합군과의 전쟁에서 일본 관동군이 참패하던 시기이며, 이때를 비롯하여 1941년 12월 진주만 공습 직전까지를 다루고 있다. 당시 일본의 자신감은 하늘에 우뚝 솟아있었고, 동남아까지 야욕을 드러내는 중에 미국이 일본으로의 석유 수입 막아 진주만 공습을 하기에 이르는데, 이때 일본의 군사력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팽배했던 상황이었다.

 

 4. 영화 안에서의 로맨스.

 

 이 영화 안에는 두 개의 삼각 관계가 존재한다. 하나는 아내를 중심으로 하고 하나는 남편을 중심으로 하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 남편 유사쿠 - 아내 사토코 - 아내의 소꿉친구 야스하루

* 아내 사토코 - 남편 유사쿠 - 만주에서 온 후미오

 

이렇게 두 가지 삼각 관계로 이루어지는데, 첫번째 아내 사토코를 중심으로 보면 사토코가 하는 선택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이유는 남편 유사쿠는 본인을 세계 시민으로 정의하고 본인이 태어난 일본이라는 국가보다 세계의 보편 가치를 더 중시한다. 본인이 우선적으로 지키고자하는 신념은 '일본 국민으로서의 민족성'이 아니라 세계 시민으로서의 '정의'인 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아내의 소꿉친구인 야스하루는 일본 헌병으로 비틀린 민족주의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사토코는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 쪽에 설 것인가?'가 중요한 영화이기에 이러한 삼각 관계 또한 중요하다. 

 

 이 로맨스에는 눈으로 보여지는 가족과 사랑 위에 민족과 정의 등의 더 큰 가치들이 덧 씌워져있다. 국가란 가족의 확대판인데 가족의 안위와 행복을 선택할 것인지 본인의 행복과 신념을 지킬 것인지를 묻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남편 유사쿠는 혈연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코스모폴리탄으로서의 삶을 동경하고, 아내 사토코는 가족과 사랑을 중시하고 본인이 가진 것을 지켜가려는 태도로 시작하여 후반부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이러한 부분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5. 스파이는 한명도 등장하지 않는 <스파이의 아내>의 역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는 스파이가 등장하는가? 등장한다면 남편과 아내 중에 도대체 누가 스파이란 말인가? 싶지만, 이 영화에는 스파이가 등장하지 않는다. 스파이가 있어야 스파이의 아내가 있는 것인데, 남편 유사쿠는 스파이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제목은 왜 <스파이>도 아니고 <스파이의 아내>일까? 그 이유는 그저 부차적으로 보이던 인물(아내 사토코)이 후반부에 정면에 나서 영화를 이끌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부에는 계속 아내가 남편의 트로피 와이프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도 아내에 대해서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본인이 하는 생각과 일에 아내를 전혀 관여시키지 않는다. 

 

 정리하면, 중반부에 남편과 남편의 조카가 같이 만주에 다녀오기 전까지만 해도, 아내는 이 영화에서 부차적인 인물로만 등장하고 그 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 (만주에서 찍어온 필름을 보게 된) 아내의 선택이 중요하게 극을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스파이의 아내라는 단어가 3번 나오는데, 각각의 뜻은 첫번째 아내가 '내가 모욕을 받아도 좋단 말이야?'하며 본인은 스파이의 아내가 되고 싶지 않고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항의의 뜻'으로 1번째로 등장하고, 그 후 남편과 함께 망명 계획을 짜고 미국으로 가려고 할 때 남편이 스파이건 아니건 상관 없이 본인은 남편의 뜻을 따를 거고, 남편이 스파이라면 본인은 스파이의 아내가 될 것이라는 '선언의 뜻'으로 2번째 등장하며, 마지막으론 남편이 아내에게 본인은 상해로, 아내는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다른 동지를 찾아, 너는 스파이의 아니야'라는 대사를 할 때 3번째로 등장한다. 마지막은 믿었던 남편의 '배반의 뜻'으로 볼 수 있다. 


6. '믿음'에 관한 영화.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믿음과 의심 그리고 배반'의 키워드로 정의할 수도 있다.

남편 유사쿠 : 자신이 나아갈 길과 신념을 위해 본인을 믿는 사람을 배반할 수 밖에 없는 인물, 본인이 믿는 이들이 스파이가 아님을 믿으니까 믿는 인물 (동어반복)

헌병 야스하루 : 누군가를 철저히 의심하고 혐의를 가진 이를 체포해야만 하는 인물

아내 사토코 : 믿고 싶으니까 믿는 인물 / 남편을 믿고싶다는 강렬한 염원을 가진 인물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7. 엔딩에 관한 이야기.

 

 그렇다면 이 영화는 왜? 1940년 9월에 아내 사토코가 영화가 상영되는 스크린 앞에서 '아주 훌륭해!'하고, 남편이 배에서 손을 흔들며 떠나면서 끝나지 않고 1945년에 일본이 패망하며 끝날까? 이는 로맨스 영화를 국가적인 차원으로의 의미를 담은 영화로의 확대를 위해서라고 한다. 여기서 아내 사토코라는 개인을 미치게 하여 정신병원에 가둔 것은 남편인데, 그 남편은 결국 일본이라는 거대한 전체주의적인 남편이라고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라는 국가를 철저히 믿었던 국민을 배반하며 끝나는 영화라는 것이다. 주인공 사토코가 겪는 남편 그리고 국가에 대한 환멸을 마지막 대사 '아주 훌륭해!'로 탄식하며 끝내는 영화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영화 안에서 상영되는 여섯 차례의 영화가 모두 의미가 있다는 해설 또한 굉장히 흥미로웠으나 GV 후반부의 흐릿한 집중력으로 인해 메모를 하지 못해 여기서 아쉽지만 마치려고 한다. 끝으로 갈수록 힘이 빠져 후기글이 흐지부지된 것도 같지만 어쨌든 이 영화가 좋은 영화이며, 여러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으니 누군가 이 글을 보고 흥미가 생겨 이 영화를 접하게 되면 좋겠다.

Posted by 디디_dd :

 

 

 

 



미나리 GV를 장렬히 실패하고 좌절하던 나에게 어느날 온 블로그 알림. "중경삼림 리마스터링 시네마톡"...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성공할거라는 생각은 안하고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시도했는데,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하던 짬바로 도전했기에 성공했을까. 생각보다는 쉽게(?) 성공해서 자리 잡고나서 한자리 더 잡고자 들어갔더니 시작한지 1분도 안되어 매진. 잡아서 다행이라는 생각 반, 다음 GV 예매는 어떡하지 걱정 반.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 왜 이렇게 과열된 느낌일까? 생각해보니 요샌 100인 이상 실내에 모일 수 없기에 97석 정도만 열린다는 점을 간과했던 것 같다. 97석과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 그리고 이동진 평론가. 3개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이 예매를 어렵게 만들었고, 그렇지만 결국 성공했다는 안도감....(ㅠㅠ)

 

요즘 왕가위 감독님 작품을 4K로 리마스터링하여 개봉한 이후에 영화관에서 <화양연화 리마스터링>과 <해피투게더 리마스터링>을 봤고, 그 다음 <중경삼림 리마스터링>을 보려고 계획을 해왔는데 이 영화를 보고 시네마톡까지 볼 수 있다니 행복했다. 세세히 기록하고 싶어서 듣는 내내 메모했고, 내 주관적인 얘기보다는 평론가님께 들은 이야기의 복기(?)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하지만 아무튼 각설하고 후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뭔가 해설 듣는 내내 생각한 건, 이건 물론 내 생각이기는 하지만 평론가님도 영화 개봉 이후 25년의 세월을 가만히 떠올리면서 이야기하시는 듯 하달까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하시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다른 날의 갓 개봉한 영화에 대한 GV와는 달리 본인이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소회와 이후에 이렇게 리마스터링 판으로 개봉하고 난 후의 시간의 간격을 조심스레 되짚으며 하시는 이야기 같아서 좋았다.

 

반복적으로 해설 중간 중간 '사랑스러운 영화', '왕가위 감독의 다른 영화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는 영화'라고 강조하시던 것과 사람들이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 관해 오해하고 있는 '선입견' 등을 차분하게 반박하시며 설명해주셔서 그런 지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항상 그렇듯 영화 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셔서, 영화 안의 여러 장면들을 복기하며 하나 하나 짚어주시는 부분에서 항상 '동진 피셜'이라고 하시고, 관객이 직접 느끼는 것이 맞다고는 하시지만 그 수많은 해설들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은 나 또한 결코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으로 영화를 보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어 기분이 참 좋다...는 쓸데없는 사족을 붙이며 시작.

 

1. 왕가위 감독이 <중경삼림>을 제작할 당시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

 

1-1. 세번째 영화.

 

왕가위 감독은 <열혈남아>, <아비정전> 이후의 세번째 영화로 <중경삼림>을 개봉하게 되었고, 그 중 <중경삼림>을 통해 거대한 팬덤을 이끄는 감독이 되었다. 이 영화를 계기로 수많은 감독들의 소위 '왕가위 스타일'을 이용해 찍은 수많은 아류들을 탄생시킨다. 첫 영화인 <열혈남아>를 만들 당시, 홍콩에서 유행하던 느와르 형사물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두번째로 <아비정전>을 만들었지만 전작에 비해 흥행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경제적인 궁핍에 이른다. 이때 왕가위 감독 작품에 대해 생긴 영화계 안에서의 수많은 오해들로 인해 본인이 직접 제작사를 만들지 않으면 제작을 해주겠다는 곳이 없어지게 되고, 사실 <아비정전> 다음으로 찍은 영화는 <동사서독>이지만, 이 영화는 중국 본토에서 24개월이라는 시간을 공들여 촬영하고 그 후의 후반 작업까지 너무나 오래 걸렸기에 진행이 지지부진하여 제작사 사무실의 월세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이러한 궁핍한 상황에서 경제적인 부분을 충족하고자 찍게된 영화가 <중경삼림>이다.

 

1-2. <동사서독>과 정반대의 스타일.

 

사실 <중경삼림>은 <동사서독>과 정확히 반대의 방법으로 촬영된 영화이다. <동사서독>은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로 보일 정도로 세심하게 촬영되었지만, <중경삼림>은 왕가위 감독의 '즉흥성'과 '흘린듯 촬영한 씬'이 특히 빛을 발한 영화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촬영 비하인드를 몰랐던 시절에 처음 이 영화를 보곤 그렇게 찍게된 영화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을 정도로 영화의 완성도는 결코 흘린듯 완성되지 않고 (내 기준)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1-3. <타락천사>와의 연관성.

 

처음 이 영화를 기획할 당시엔 금성무 임청하가 나오는 1부, 양조위 왕페이가 나오는 2부 외에 왕가위 감독의 또 다른 영화인 <타락천사>에서의 여명 등장 부분이 원래는 이 영화의 3부 격으로 촬영되어 3부작 옴니버스를 기획하였지만 1부와 2부를 완성시켜보니 장편 영화로의 충분한 분량이 되어 1, 2부를 개봉한 것이 <중경삼림>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결국 왕가위 감독의 창작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기도 한다고 하셨는데 이유는 왕가위 감독 본인이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포기할 때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감독님이라는 것. 사실 1, 2부를 조합하여 만든 영화 / 1, 2, 3부를 조합하여 만든 영화의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인데, 그 중 선택하여 개봉한 것 자체가 왕가위 감독의 창작 스타일 같다는 것이다. (1, 2부만 개봉한 것이 단순 경제적 문제 때문만도 아닐 것이라는 부분도 짚으셨다.)

 

2. <중경삼림> 속 인물에 대하여.

 

2-1. 캐스팅 비하인드

 

원래 <중경삼림>의 주인공 선상에 장국영 배우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동사서독>을 찍으며 겪은 여러가지(?)일들 때문에 결국 불발되고, 우연한 자리에서 마주친 금성무의 마스크와 특유의 아이같은 순수함 등이 맘에 든 왕가위 감독은 여러 제약(당시 금성무의 연기력이 좋지 않다는 주위의 평판과 광둥어를 하지 못한다는 언어적인 제약 등)이 있었음에도 금성무를 고집했고, 특히 그를 위해 역할 자체도 전체 대사를 광둥어로 쓰기보다 북경어 또한 쓰도록 바꾸었다고도 한다. (대만과 일본의 혼혈인 금성무를 배려하였기 때문.) 당시 양조위와 임청하 배우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톱스타 반열에 이미 올라있던 인물들이었기에 확신과 신뢰의 캐스팅을 했고, 나머지 금성무와 왕페이 배우는 신인이었으나 후에 이 영화를 통해 톱스타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2-2. 4인의 캐릭터에 대하여.

 

사실 이 영화의 모든 인물들은 특유의 '이상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편의를 위해 극중 인물 이름이 아닌 배우 이름으로 설명) 등장인물 모두가 뭔가 과도하게 부풀려진듯한 과장된 성격적 면모를 지니는데 이것들이 사실 어떻게 보면 누군가가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유치하다던지 지금의 시선에서 보면 가택 무단 침입, 스토킹 등의 범죄적인 모습이라던지의 결핍된 무언가를 갖고 그것들이 과장되어 표현되는데 이것들이 다음에서 언급할 왕가위 감독의 작품에 대한 편견에도 일조하게 된다. 누군가 느끼기엔 극중 양조위가 인형이나 걸레 그리고 비누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 거북스럽거나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엉뚱하지만 사랑스럽다는 정반대의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듯 받아들이는 관객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이를 두고 평론가님은 '투머치'하지만 '투머치'가 우리를 매혹시킨다고 표현하셨는데 나 역시 이런 부분에 매혹되었기에 공감이 되었다.

 

3.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 대하여.

 

3-1. 사람들이 왕가위 감독 영화에 대해 갖는 편견에 대하여.

 

흔히 왕가위 감독 영화를 두고 여러 사람들은 영화가 아니라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듯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여기엔 나도 조금 동의한다. 뭔가 마치 뮤직 비디오가 대부분 그런 것처럼 인상적인 화면 구성과 테마곡에 힘을 강하게 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같은 노래의 반복과 특유의 촬영 기법이 이러한 편견을 만드는 듯하다. 이에 평론가님은 사실 오히려 이 영화를 지금 시점(2021)에서 '처음' 보는 관객이라면 덜 신선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최초•오리지널이고 그 후에 OST를 강조하고, 즉흥적으로 핸드 드로우로 찍은 촬영기법을 쓴 왕가위 아류작이 많이 나왔었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이 영화를 처음 본다면 이런 인상적 촬영 기법이나 테마곡 강조 등의 '왕가위 스타일'이 신선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히치콕의 영화를 지금 처음 보면 오히려 히치콕 스타일의 스릴러들을 먼저 접한 사람들은 히치콕 영화가 진부하다고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 21세기를 살면서 20세기의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는데는 둘 사이의 시차만큼이나 여러 군데 놓인 갭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3-2.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일상 속의 마법을 캐치하는 감독 / 왕가위 감독의 영화 안에는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당사자만이 느끼는 어떤 마법 같은 일상 속의 사소한 사건들이 결국 마법이 된다. 마치 <아비정전>의 첫 장면에서 장국영 배우가 장만옥 배우에게 모월 모일 몇시 몇분이 영원히 기억에 남을 거라는 오묘한 마법 같은 대사로 시작되는 것처럼. 일상적인 순간으로 스쳐지나갈 수 있는 그 1분이 왜 그 상황에서 특별해질 수 있는건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장면 장면에 마법을 부리는 듯한 작법을 구사한다. 물론 어떤 영화는 설득력과 개연성을 꼭 따져서 그것에서 어긋나면 안되고 우연성이 드러나는 순간 치명타가 될 수도 있지만, <중경삼림> 등의 왕가위 감독 영화에서는 그렇지가 않다는 것. 

예를 들면, 금성무는 첫 씬에서 임청하와 스치고 57시간 후에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식당에서는 왕페이와 스치지만 결국 그녀와는 이어지지 않고 그녀는 6시간 후 양조위와 사랑에 빠지고, 양조위 는 왕페이의 사촌 오빠에게 왕페이가 아닌 메이도 있다며 다른 여자가 있음을 말하지만, 그 메이와는 연결되지 않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영화 속의 여러 매혹적인 장면들은 모두 우연의 연속이다. 이러한 영화 속 사소한 일상의 마법, 우연성을 캐치하면 왕가위 영화 안에서의 매력을 더 세세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사건보다 사건 뒤의 추억에 무게를 둠 / 왕가위 감독은 '사랑'과 '사랑이 남긴 추억'이 있다고 할 때, '사랑' 그 자체보다 '사랑이 남긴 것'에 주목한다. 그의 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스텝 프린팅'이라는 촬영 기법을 보아도, 이 촬영 기법 자체는 액션 영화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액션'에 집중하기 보다는 '액션이 남긴 흔적'을 보여준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무언가 분절되듯이 화면이 이어지는 듯한 촬영 기법인데, 촬영 후에 장면과 장면 사이에 고의적인 분절을 두어 그 액션이 남긴 흔적에 주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양조위가 왕페이의 종아리를 마사지 해줄 때 '캘리포니아 드림'을 틀어주는데, 이 노래가 왕페이가 두고 간 CD임에도 그 사실을 모르고 전 여자친구가 남기고 간 CD라고 생각하여 전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노래라고 소개하는 장면을 두고 봐도 사건보다는 사건이 남긴 흔적을 강조함을 알 수 있다.

 

4. <중경삼림> 영화 안의 이야기들.

 

4-1. 홍콩이라는 도시 자체의 특수성.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의 불안감과 두려움이 물씬 느껴진다. 1997년 7월 1일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에 당대 홍콩 사람들이 느꼈을 불안이 은유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해석을 온전히 모든 영화에서 그렇다고 확대 해석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틀리고 맞고를 차치하고 정치적인 상황을 파고들어 해석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영화이기에 하신 말씀으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와 역사적으로 해석해보자면 결국 이 영화 안에 홍콩의 거리, 홍콩의 낮과 밤을 조명하고 싶었다는 것인데 반환 전의 특유의 모습을 남기고자 했던 왕가위 감독의 의도가 있지 않을까 하셨다.

 

1부는 영화 제목이기도 한 청킹맨션(구룡 반도)에서 찍은 낡고 오래된 듯한 느낌을 남기고자 하였고, (따지자면 홍콩의 밤!) 2부는 홍콩 섬의 세련되고도 우아한 센트럴 지역을 위주로 촬영하여 (따지자면 홍콩의 낮!) 추후에 결국 반환되어 떠나갈 도시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고자 한 것이 아닐까하며, 이를 '홍콩이라는 도시에 대한 거대한 러브레터' 같은 영화라고 설명하셨는데, 이 영화를 보고 유럽 여행을 마치고 로마에서 홍콩을 경유하여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자 아침에 비행기에서 내려 맨 몸으로 역행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힘겹게 올랐던 내 과거 모습이 겹치기도 하여 흥미로웠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출근길엔 하강한다. 코로나 시기가 끝나고 센트럴에 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정보였으면.)

 

4-2. 실연으로 인한 고독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사랑스럽다!

 

여타의 왕가위 감독 작품과는 달리 이 영화만의 특수함은 밝고 사랑스럽다는 점인데, 실연 당한 두 남자가 이별을 통해 고독을 느끼지만 결국 고독에서 오는 외로움이나 쓸쓸함의 정서로 인한 불행을 떠올리게 하기 보다는 차라리 밝고 행복하게 보여진다. 사랑 그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사랑이 남긴 추억에 집중하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에서 날 것의 대사가 나오고, 너무나 은유적인 대사들이 등장하고, '말도 안돼!', '유치해!' 하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도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는 건 왕가위 감독 특유의 연출과 그가 영화화해 낸 여러 장면들이 조화를 이뤄 뻔뻔하지만 사랑스러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냄이 아닐까 싶다.

 

이 외에도 '유통 기한', '시계' 등에 대한 해석이 흥미로웠지만 1시간 10여분 간의 모든 이야기를 글로 옮기기엔 벅차므로 이만 줄이기로 한다. 이 모든 후기는 평론가님 피셜을 본인의 언어로 옮긴 것으로 당연히 본인이 이해한대로 옮겼기에 평론가님의 의견과 다를 수 있고 개인적인 사족도 들어갔으므로 모든 말들을 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진 않았으면 한다는 사족을 덧붙이며 끄읕!

Posted by 디디_dd :






회사에서 할일을 다 마치고 멍때리다가 문득 트위터에 접속했고, 그 순간 누군가 리트윗한 XX제약 면접 당시 성차별 관련해서 피해자 분이 직접 긴 글을 적어 올린 것을 보게 되었다. 그 글을 읽자마자 생각난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다. 최근 이슈가 된 이 사건에서는 면접 당시에 있었던 일이기에 영화 내용과는 관련이 없지만, '회사 측과 개인이 대립하는 부분'과 둘 다 '여성이라서 겪는 불리한 지점'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떠오르지 않았나 싶다.

감정적으로 쓰여질 수 있기에 미리 경고한다. 그 피해자분과의 반대 입장이라면 읽지 않길 바란다. 별로 그 반대 입장의 사람에게 공감되라고 쓴 글이 아니기 때문에. 본인이 취준생일 당시 많은 면접에서 겪은 일들과 취업을 하고 사회에서 겪은 일들 중 많은 부분이 겹쳤기에 쓰게 된 글이다. 감독님 인터뷰에서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셨고, 내가 겪은 수많은 일들도 실화고, 그 피해자 분이 겪은 일도 실화이기에. 그닥 논리적이려고 적는 글도 아니며 그저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영화 감상일 뿐이다. (실제 영화는 GV를 통해 봤고 끝나고 감독님, 배우님, 평론가님과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나 그 GV에 관한 이야기는 빼려고 한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스스로는 스스로를 해고하지 않는다. 외부와 내부의 압박 속에서 어떻게든 스스로 본인이 서있는 자리를 지키고자 한다. 최근 XX제약 면접 시 여성 성차별 발언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 있다. 면접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군대"와 "여성/남성 임금 차별"에 대해 질문하고, 그 질문을 받은 지원자는 크게 좌절했다. 본인의 선택이 아닌 어떤 것들 때문에 본인이 그 자리에 설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정될 수 없는 것들 때문에 본인이 오를 수 있는 산이 정해져있고,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면? 당연하게도 무력감과 박탈감이 들 것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 "정은"이 본인의 회사 내에서 소임을 다하고, 심지어는 다른 동기들보다 업무적으로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리는 밀려 밀려 홀로 벽을 바라보는 자리에 앉게 되고, 그 자리마저 지키지 못하게 되어 현장으로 파견되어 지방의 어느 한 하청업체의 한켠으로까지 밀리게 되는데에서 시작된다.

그날 영화를 보며 일었던 분노와 최근 사건의 피해자분이 올린 글을 읽고 든 분노가 같은 맥락에서 오는 분노였기 때문일까, 내가 대학교 4학년 때 졸업을 유예하고 열심히 노오오오오력하여 준비했던 취업에서 여러번 고배를 마셨던 일들의 PTSD 또한 물씬 몰려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의 터럭만큼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여성과 노동 인권 침해 소지 때문일까. 복합적인 이유로 이 영화는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때의 나를 회상하는 것조차 나에게 상처가 될만큼 인생에 있어 너무 힘든 날들이었고 식욕조차 없고 매일 밤 울지 않은 적이 없고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사실 그때의 상처가 현재의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본인이 아니라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런 설명을 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을만큼. "죽음"과 "해고" 사이에서 힘겨운 외줄타기를 하는 현장직 막내(오정세)와 정은(유다인).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관객인 나. 둘의 놓인 상황은 다르지만 왜이리 둘은 닮아보였을까. 둘의 힘듦의 경중을 따지기가 어려웠다. 그런 걸 따지는 것이 무용할 정도로 그들은 현재 그들의 자리에서 죽을 힘을 다해 "버티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막내는 죽음보다 해고가, 정은은 해고보다 죽음이 두렵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극복하고자 정은은 죽음을 이겨내보려고 발악한다.

정은은 숙소 벽에 본인이 버텨야 하는 시간인 1년의 365개의 숫자를 적는다. 그런데 모든 숫자에 X가 채워지면 그는 죽음과 해고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상대방(막내)이 상대방(정은)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임에도, 그 둘은 결국 서로를 통해 서로를 보며 옅게나마 동지애를 느끼기 시작하고 후엔 단단히 연대한다. 이들을 연대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무엇일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서조차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정은과 막내 안에서 희미하게 오늘날의 현실에서 어떻게든 버티려고 노력하고 있는 관객인 나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미래의 불투명함과 현실에 도사리는 여러 두려운 존재들에 맞서 이겨내려는 정은의 노력이 빛난다. 이 옅게나마 빛나는 희망의 빛은 결코 관객으로 하여금 헛된 희망을 품게 하는 무언가가 아니다. 그저 그곳에서도 그런 빛이 있다는 사실만 알게 되어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무언가를 말하고자 함이다.

정은의 선배(여성)가 회사 사무실 안에 혼자 벽을 보게한 외롭게 둥둥 떠있는 섬처럼 보이는 그 자리로 가게 되고, 정은 또한 그 뒤를 따르고, 정은의 친한 동기(여성)조차 그 자리를 가게되는데 모두가 여성이라는 점과 이들이 이런 불합리함을 어딘가에 호소하고 싶어도 법적으로나마 그녀들을 보호해주는 장치가 없다는 점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승리하기 어려운 조치라는 점)을 왜곡하지 않고 직설적이고도 현실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에두르지 않는다는 점이 나로 하여금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영화를 다시금 떠오르게 하고, 후기까지 적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좋은 영화는 언제라도 다시 떠오르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가 부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앞으로는 더이상 시대착오적으로 '압박 면접'이랍시고 누군가를 멸시하는 행태는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당연하게도 영화 속의 정은 같은 사례 또한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누구라도 직장 안에서, 삶 속에서... 그 어디서든 존중 받는 사람으로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디디_d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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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 1/14 화양연화 리마스터링 CGV 18:40PM ★★★☆
- 1/22 운디네 CGV 14:10PM ★★★
- 1/30 요요현상 인디토크 인디스페이스 13:40PM 이동진 평론가, 고두현 감독, 이대열 배우 ★★★★
- 1/30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굿즈 (뱃지) 패키지 CGV 16:30PM ★★★☆
- 2/1 소울(자막) CGV 19:00PM ★★★
- 2/2 세자매 GV 롯데시네마 18:00PM 이동진 평론가, 이승원 감독, 문소리 배우 ★★★
- 2/7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GV 롯데시네마 15:00PM 이동진 평론가, 이태겸 감독, 유다인 배우 ★★★
- 2/12 해피투게더 리마스터링 CGV 14:00PM ★★★★
- 2/13 퍼펙트 케어 GV 롯데시네마 15:00PM 이동진 평론가, 이다혜 기자 ★★★
- 2/18 빛과 철 시네마톡 CGV 19:00PM 이동진 평론가, 배종대 감독, 김시은 배우, 염혜란 배우, 박시후 배우 ★★★☆
- 3/4 모리타니안 GV CGV 19:00PM 이동진 평론가 ★★★☆
- 3/13 중경삼림 시네마톡 CGV 13:30PM 이동진 평론가 ★★★★
- 3/23 스파이의 아내 시네마톡 CGV 19:30PM 이동진 평론가 ★★★
- 3/31 아무도 없는 곳 시네마톡 CGV 19:30PM 이동진 평론가, 김종관 감독, 연우진 배우 ★★☆
- 4/3 더 파더 시네마톡 CGV 13:30PM 이동진 평론가 ★★★☆
- 4/10 레 미제라블 시네마톡 CGV 13:30PM 이동진 평론가 ★★★☆
- 4/13 노매드랜드 라이브톡 중계 CGV 19:05PM 이동진 평론가, 이다혜 기자 ★★★★
- 4/24 더 스파이 GV 롯데시네마 14:00PM 이동진 평론가 ★★★☆
- 5/2 좋은 빛, 좋은 공기 인디토크 인디스페이스 15:00PM 이동진 평론가, 임흥순 감독, 한강 작가 ★★★☆
- 5/4 화녀 시네마톡 CGV 19:00PM 이동진 평론가 ★★★
- 5/9 빅 피쉬 시네마톡 CGV 14:00PM 이동진 평론가 ★★★☆
- 5/18 쿠오바디스, 아이다 시네마톡 CGV 19:00PM 이동진 평론가 ★★★☆

- 5/26 1917 WATCHA'S CHOICE CGV 19:30PM ★★★☆

- 5/29 파이프라인 무대인사 롯데시네마 16:00PM ★★☆

- 5/31 크루엘라 CGV 13:30PM ★★★

- 5/31 바그다드 카페 리마스터링 WATCHA'S CHOICE CGV 19:10PM ★★★

- 6/6 낫 아웃 인디토크 인디스페이스 14:00PM 이동진 평론가, 이정곤 감독, 정재광 배우 ★★★

- 6/11 애플 시네마톡 CGV 19:00PM 이동진 평론가 ★★★☆

- 6/22 학교 가는 길 GV 씨네큐브 19:30PM 이동진 평론가, 김정인 감독 ★★★★

- 7/8 트립 투 그리스 GV 롯데시네마 19:00PM 이동진 평론가 ★★★

- 7/24 모가디슈 VIP 시사회 CGV 14:40PM ★★★

- 8/7 그린 나이트 GV CGV 14:00PM 이동진 평론가 ★★★★

- 8/30 인질 CGV 18:10PM ★★☆

- 9/4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GV 아리랑 시네센터 15:00PM 이동진 평론가, 기주봉 배우, 임대형 감독 ★★★

- 10/6 쁘띠 마망 GV CGV 19:30PM 이동진 평론가, 셀린 시아마 감독 (온라인 GV) ★★★

- 10/16 다함께 여름! GV CGV 16:00PM 이동진 평론가, 기욤 브락 감독 (온라인 GV) ★★★☆

- 10/27 아네트 CGV 14:45PM ★★★

- 11/6 퍼스트 카우 씨네토크 씨네큐브 14:00PM ★★★☆

- 11/9 휴가 인디스페이스 14:20PM ★★★★

- 11/9 디어 에반 핸슨 VIP 시사회 CGV 19:20PM ★★★

- 11/19 프렌치 디스패치 GV 롯데시네마 19:00PM ★★★☆

- 11/23 아네트 앵콜 GV 롯데시네마 19:00PM ★★★

- 11/30 장르만 로맨스 CGV 20:20PM ★★★

- 12/4 베네데타 GV 롯데시네마 ★★★☆

- 12/19 드라이브 마이 카 씨네토크 씨네큐브 13:40PM ★★★★

 

[시리즈온]

- 1/1 페인 앤 글로리 ★★★★
- 1/1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
- 1/1 스탠바이 웬디 ★★★
- 1/27 야구소녀 ★★★
- 2/10 남산의 부장들 ★★☆
- 2/14 요요현상 ★★★★
- 2/16 박하사탕 ★★★
- 2/21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 3/28 페어웰 ★★★
- 5/12 홀리 모터스 ★★★
- 5/17 환상의 빛 ★★★

- 7/1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


[왓챠]

- 2/27 첨밀밀 ★★★☆
- 2/28 펀치 드렁크 러브 ★★★☆
- 3/1 우리도 사랑일까 ★★★
- 3/6 미스 슬로운 ★★★
- 3/7 나의 서른에게 ★★☆
- 3/9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
- 3/14 아담 ★★☆
- 3/19 타락천사 리마스터링 ★★★
- 3/21 스포트라이트 ★★★☆
- 3/21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

- 9/4 레이디스 나잇 ★★☆

- 9/6 시드니 화이트 ★★

- 9/10 러브 액츄얼리 ★★★

- 9/13 브리짓 존스의 일기 ★★★

- 9/15 공동경비구역 JSA ★★★


[쿠플]

- 4/13 고령화 가족 ★★☆
- 5/5 리틀 포레스트 ★★★☆
- 5/12 러브 앤 드럭스 ★★☆

- 6/13 월플라워 ★★★☆

- 6/30 언 에듀케이션 ★★☆

- 7/22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 8/12 국제시장 ★★

- 9/1 굿 윌 헌팅 ★★★☆

- 9/15 봄날은 간다 ★★★

 

[디즈니플러스]

 

- 12/11 미스 리틀 선샤인 ★★★☆

- 12/11 히든 피겨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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